[한상균 24일만에 체포]조계사 관음전에서의 행적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의 관음전은 평소 기도처이자 템플스테이 숙소로 활용되는 조용한 공간이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이곳에 은신한 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10일 한 위원장이 체포된 뒤 관음전은 청소 등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만약에 있을 충돌에 대비해 구름다리를 감시하던 옥상 조명은 오후 2시경 철거됐다. 한 위원장이 체포된 직후인 오전 11시 40분경에는 매일노동뉴스 등 신문이 담긴 쓰레기 포대가 관음전에서 나왔다.
○ “집주인 말도 안 듣는 갑 중의 갑”
하지만 전날인 9일 오후 관음전은 같은 호남 출신인 담화 스님과 한 위원장 사이에 전라도 사투리로 고성이 오가는 등 격앙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날 오후 4시경 관음전 밖에서는 공권력 집행에 나선 경찰과 이를 막는 종무원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시각 담화 스님은 한 위원장을 설득하다 지쳐 “한 사람 때문에 조계사는 물론이고 종단 전체가 이렇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말이 되냐”며 압박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나는) 2000만 노동자의 대표자이니 함부로 거취를 결정할 수 없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도법 스님이 두 사람을 자제시키며 대화를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자진 퇴거 시점과 관련해 한 위원장이 거듭 말을 바꾸는 과정을 지켜본 조계사의 한 관계자는 “집 주인인 조계사와의 약속을 3차례나 어긴 한 위원장이 ‘갑 중의 갑’이라며 “(나가기로 약속한) 10일 새벽에도 혹시 마음을 바꿀까 봐 불안해 옆방에서 잤다”고 했다.
○ “휴대전화는 목욕탕 들어갈 때에도 비닐에 싸서 가지고 들어가라”
조계사로 들어간 직후 관음전 409호에서 생활하던 한 위원장은 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하루 앞둔 4일 밤 407호로 방을 옮겼다. 그가 창문을 통해 민노총 관계자들과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본 사찰 측에서 조계사 대웅전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창문이 난 방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언론과의 거의 유일한 창구가 됐다. 종단이 직접적인 개입을 꺼려 이번 사안을 조계사와 화쟁위원회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어떤 상태라도 전화를 꺼놓으면 안 되고 기자들 전화를 받아라. 목욕탕 들어갈 때에도 비닐에 싸서 가지고 들어가라”는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의 당부까지 있었다.
한 위원장은 은신 초기에는 방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며 온라인을 통해 투쟁 지침과 서신을 전했다. 하지만 이에 부담을 느낀 사찰 측이 “여기에 피신해 온 것이지 투쟁 지휘소를 설치하러 온 게 아니지 않느냐”며 노트북을 치워 달라고 요청해 한 위원장은 나중에는 스마트폰만 사용했다.
4층을 지키던 조계사 직원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 한 위원장은 방에서 조용히 무표정하게 앉아 있거나 테이블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은 민노총 관계자들이 챙겨 가서 따로 빨래를 해줬다.
한 위원장은 단식 전에는 김치찌개 등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었다. 또 은신 초기에는 4층 복도나 옥상을 자주 드나들고 야간에는 민노총 관계자들도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