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24일만에 체포]사과는 빼고 투쟁 구호로 채운 한상균 기자회견 韓 “저성과자 해고, 노동자 죽이기”… 정부 “기준 명확히 하려는것” 韓 “파견근로 확대, 비정규직 피해”… 정부 “정규직 채용늘릴 대안”
10일 오전 11시 조계사 경내 생명평화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체포를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평소 집회에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낼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A4 용지 2장 분량의 회견문 상당 부분을 노동개혁 비난에 할애했다. “노동자가 죽어야 기업이 사는 정책” “재벌에게 주는 선물상자” “서민을 다 죽이고 재벌과 한편임을 선언한 반노동 반민생 정권”이라는 표현을 쓰며 14분간 회견을 이어갔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등 노동시장이 마주한 도전 때문에 노사정이 함께 해법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개혁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일방적인 매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저(低)성과자 해고 지침은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업무 부적응자의 해고 절차와 기준을 노사정 논의를 통해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며 “‘쉬운 해고’ 프레임으로 대중을 선동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회견을 하면서 한 위원장은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머리띠를 매고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민노총이 그동안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지금처럼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처우가 열악해진 것은 기존 노조의 묵인 또는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용 불안 시기에 정규직 보호의 방패 역할을 비정규직에게 맡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규직과 대기업 중심의 민노총이 비정규직 증가를 사실상 용인해왔고, 조합원 처우 개선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있다. 민노총 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위원장은 이날도 어김없이 “투쟁”이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