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24일만에 체포]
민노총 앞날은… 10일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경찰에 체포된 직후 일주문 앞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이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민노총에 따르면 일단 서울지하철노조 출신인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 수석부위원장도 지도부로서 집회와 시위를 주도한 만큼 수사를 받게 되면 위원장직 대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민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고 5명의 부위원장 가운데 1명을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해야 한다. 민노총 산별노조 중에서는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수가 약 15만 명으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위원장 직무대행을 뽑기 위한 중집이 열린다면 금속노조 출신인 정혜경 부위원장과 공공운수노조 출신의 김종인 부위원장이 2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2월 당선된 한 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법원 선고 결과에 따라 남은 임기를 감옥에서 보낼 수도 있다. 지도부가 총사퇴한 뒤 아예 새 지도부를 선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만약 지도부가 총사퇴한다면 비상대책위원회가 설립되고, 조합원 1000여 명이 참석하는 대의원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게 된다.
특히 민노총은 이날 위원장 구속 규탄 결의대회를 전국에서 개최하는 한편으로 16일부터는 ‘노동 개악(改惡) 저지 총파업’에 들어가는 등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에 강성으로 분류되는 박유기 위원장이 10일 취임한 것도 민노총으로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대차지부가 여론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민노총이 올해 두 차례 실시한 총파업을 사실상 거부해 왔다는 것이 변수다.
결국 현대차 등 금속노조 외에 공공운수노조, 전교조, 전공노 등 거대 산별노조들의 총파업 참가 여부가 민노총의 향후 노선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대거 참가해 총파업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한 위원장 석방 때까지 비상 체제가 유지되겠지만 이번 총파업마저 별다른 호응 없이 실패로 끝난다면 지도부 총사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하다 못해 아예 등을 돌렸다는 것은 여전히 부담이다. 야당이 국회에서 노동개혁 입법을 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노총의 총파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비난이 거세다. 금속노련, 금융노조 등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강경파들도 그래서 현재까지는 파업 등의 강경 투쟁을 경고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