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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세탁’ 자기 꾀에 당한 한화

입력 | 2015-12-11 03:00:00

재활중인 150km 강속구 투수 최영환… 육성선수로 잡아두려다 롯데에 뺏겨




‘꼼수 세 번 쓰면 패한다’는 바둑 격언은 프로야구에서도 유효했다. 한화가 젊은 선수들을 숨겨 두려고 ‘신분 세탁’이라는 꼼수를 쓰려다가 오히려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롯데는 10일 올 시즌까지 한화에서 뛰던 최영환(23·사진)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지난달 보류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최영환을 제외했다. 보류 선수는 각 구단에서 내년에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선수를 뜻한다. 이 명단에서 빠졌다는 건 구단에서 방출당했다는 것과 사실상 같은 뜻이다.

최영환의 경우는 달랐다. 한화는 9, 10월 두 차례에 걸쳐 팔꿈치 수술을 받은 최영환에게 육성선수(옛 연습생)로 신분을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어차피 내년에 정상적인 출장이 어려운 만큼 재활에 매진하자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화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심수창(34·전 롯데)과 정우람(30·전 SK)을 데려왔기 때문에 보상 선수도 두 명 내줘야 한다. 한화는 보류 선수 중 20명까지만 보호할 수 있고 롯데나 SK가 원하는 나머지 선수를 한 명씩 내줘야 한다. 단 두 팀 모두 육성선수는 데려갈 수 없다. 한화에서 이 빈 틈을 파고들어 최영환을 비롯한 유망주들의 신분을 육성선수로 바꿔 두려 한 것이다.

이때 전제 조건은 선수 역시 동의해야 한다는 것. 보류 선수 명단에서 빠지면 나머지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신분이 된다. 롯데는 이 점을 이용해 연고지 부산 출신인 최영환에게 접근해 계약을 이끌어 냈다. 아주 합법적인 계약 절차다. 반면 한화는 자기 꾀에 당하면서 2014년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2차 지명 1라운드에서 뽑은 유망주를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한 채 놓치고 말았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