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이건희 회장의 가장 큰 실패는 자동차사업이었다. 자동차 마니아였던 그는 1995년 3월 삼성자동차를 설립해 이듬해 11월 부산 신호공장을 준공했지만 악재가 겹쳤다. 지반이 약한 부산 공장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비가 들어간 데다 공장이 완공된 지 1년 만에 터진 외환위기로 경영난이 심해졌다. 결국 삼성은 2000년 프랑스 르노에 삼성차를 넘기고 손을 뗐다. ‘총수 관심사업’이었던 자동차사업 실패는 삼성과 이 회장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삼성 내부에서는 ‘바퀴 달린 제품은 안 만든다’는 불문율도 생겼다.
▷삼성전자가 9일 조직 개편에서 자동차 전자장비(전장·電裝) 사업을 총괄할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삼성차 철수 후 15년 만이다. 자동차 전장은 차량 속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정보기술(IT) 장치를 말한다. 스마트카에서 차체만 빼고 다 만들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포화 상태에 이른 전자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전장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전문 경영인 중 최고위직인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전장사업팀을 배치한 것은 이번 결정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