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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막말, 타깃 바꿔가며 효과 극대화

입력 | 2015-12-11 03:00:00

SNS에 사용한 단어 분석해보니… 인스타는 공격용, 트위터는 안내용
경쟁후보 부정적 이미지 계속 주입… 새로운 ‘먹잇감’ 찾아 잇단 이슈화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에도 지지세가 꺾이는 조짐은 아직까지 없다.

9일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 관련해 6월 이후 트럼프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용한 단어 등을 집중 분석한 결과 “트럼프의 막말이 겉으로는 마구잡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잘 계산된 패턴을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트럼프는 SNS를 매체별 특성에 따라 달리 이용하면서 마케팅 효과의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예를 들어 사진 및 동영상 공유 SNS인 인스타그램 계정(팔로어 65만 명)은 누군가를 공격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했다. 동영상을 올리기 쉽다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단문 소통 SNS인 트위터 계정(팔로어 500만 명)에는 유세 일정과 방송 일정을 실시간으로 올리고 있다.

메시지에도 몇 가지 패턴이 있었다. 마치 기업들이 상품을 내놓고 수시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처럼 ‘막말’을 던져놓고 이에 대한 반응을 면밀히 주시해 계속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경쟁 주자들을 공격할 때에도 ‘젭 부시=허약’ ‘마코 루비오=재수 없는’ ‘칼 로브=광대’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단순화해 지속적으로 주입했다.

팩트와는 상관없는 ‘아니면 말고’도 잦다. 난민 수용이 쟁점이 됐을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 20만 명을 미국에 들이려 하는데 이는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밝힌 난민 수용 규모는 1만 명에 불과했다.

자신에 대한 공격이 들어올 때에는 일단 강하게 반응한 뒤 새로운 타깃을 설정해 주의를 흐리는 전략도 보였다. 경선 초기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멕시코 이민자들은 범죄의 주범이며 성폭행범”이라는 막말로 거센 비난에 시달렸지만 이후 “미국 지도자들은 멕시코 이민자를 막을 생각이 없다. 탈옥한 멕시코 마약 왕까지 초청할지 모른다”며 강공으로 맞섰다. 그런 다음 돌연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거론하며 “그는 (베트남전) 영웅이 아니라 포로였을 뿐”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슈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먹잇감으로 삼은 것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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