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사 편집자를 만날 때마다 ‘○○○ 셰프를 필자로 데려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쿡방(요리방송)’의 인기로 셰프가 ‘파워 라이터’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
출판계에 따르면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셰프치고 저서가 없는 경우는 드물다. 스타 셰프의 경우 평균 3권 이상의 책을 썼다. 판매량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서점 예스24 분석 결과 올해 1∼11월 셰프 저서 판매량은 2014년 동기간 대비 무려 461%나 증가했다.
지난달 26일 발간된 ‘카메라와 앞치마’는 부제가 ‘타인과 친구가 되는 삶의 레시피’로, 최현석 셰프와 사진작가 조선희가 함께 쓴 감성 에세이다. 9월 출간된 이연복 셰프의 ‘사부의 요리’ 역시 ‘내공 있는 인생 이야기’란 부제와 함께 중국집 배달 소년이던 그가 스타 셰프가 되기까지의 삶을 담았다. 강레오 셰프가 쓴 ‘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도 독설가로 유명한 그의 인간적 면모가 부각된다.
에세이에는 중식, 한식 요리사보다 이탈리아 등 서양요리를 배워 온 유학파 셰프들이 향후 저자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백종원에게는 식당 성공 비법이, 중식 이연복에게는 휴먼스토리가 어울린다. 잔잔한 에세이와는 맞지 않는다”며 “요리 정보보다는 감성적 글쓰기로 가벼운 연애 상대 이미지를 주는 셰프가 유리하다”고 밝혔다. 최현석, 이찬오, 오세득 등이 이에 어울린다는 평이다.
셰프의 에세이가 부각되면서 실제로 ‘글을 잘 쓰는’ 요리사를 찾기도 한다. 박찬일 셰프가 요리사 중 달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박 셰프는 문예창작과 출신이라 글이 좋다는 평”이라고 밝혔다. 민음사 김혜원 차장은 “셰프 특유의 감성을 문맥으로 잘 드러내는 인물로는 샘 킴도 자주 거론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