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자기공명 무선충전 기술 쾌거
조인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생활전파연구실 책임연구원이 1m 거리에서 무선충전이 가능한 ‘60W(와트)급 자기공명방식 무선충전 시스템’을 이용해 전기자전거를 충전시키고 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자전거 주변을 살펴보니 정말 전선이 하나도 없다. 그 대신 자전거 앞바퀴의 바퀴살 자리에 지름 35cm짜리 플라스틱 원판이 박혀 있다. 원판 안에 구리 코일을 넣은 무선 수신기다. 조 연구원은 “1A(암페어)의 전류로 전기자전거를 완전히 충전하는 데 10시간 정도 걸린다”며 “1m 떨어진 거리에서 무선으로 충전하는 기술을 상용화 수준까지 개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폰 무선 충전 7mm 한계 뛰어 넘어
하지만 자기유도방식은 무선 전달 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7mm 수준이다. 이 때문에 넓적한 충전판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놔야 충전이 잘 된다. 조 연구원은 “자기유도방식은 사용자가 충전기 바로 앞까지 다가가야 해 편의성이 떨어진다”며 “원거리 충전이 가능한 자기공명방식이 미래형 무선 충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TRI 연구진도 자기공명방식을 이용했다. 구리선이 둘둘 말린 두 개의 코일을 하나는 전원에, 하나는 전자기기에 연결해 같은 주파수로 맞추면 ‘공명’이 발생해 전류가 흐른다.
그간 세계적으로 자기공명방식의 무선 충전 기술은 여럿 개발됐지만 전송 효율이 최대 30% 정도로 낮은 데다 2∼3m 너비의 대형 전력 송수신기가 필요해 상용화가 힘들었다. ETRI는 너비 40cm인 소형 충전 장치 2개를 1m 간격으로 나란히 배치한 뒤 이 사이에 충전할 물체(전기자전거)를 놓아 효율을 58%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조 연구원은 “충전 장치를 나란히 배치하면 그 사이에 자기장이 조밀하게 형성돼 에너지 밀도가 일정한 ‘균일장’이 만들어져 충전 효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최종 목표는 유선 충전에 6시간이 걸리는 전기자전거를 무선으로 5시간 만에 충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기공명방식의 무선 충전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면 카페나 공항 등 공공장소에 들어서는 순간 전자기기가 충전되는 ‘와이파워(Wi-Power) 존’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와이파워 존에서는 스마트폰, 카메라 등 전자 기기를 들고 돌아다니기만 하면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저절로 충전이 된다.
조 연구원은 “현대자동차의 맥스크루즈, 산타페 등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이 가능하도록 이 기술을 지원했다”며 “전기자전거, 전동휠체어, 세그웨이(전동스쿠터) 등 미래형 교통수단인 ‘이바이크(E-bike)’를 무선으로 충전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무선 전력 전송 기술 개발 경쟁은 치열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무선 전력 전송 기술에 대한 기대치가 2013년 정점을 찍었으며, 향후 최대 7년간 그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무선 전력 전송 기술 시장은 올해 16억 달러(약 1조8800억 원)에서 매년 60% 이상 고성장을 거듭해 2020년 17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도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7년부터 도서관이나 우체국 등 공공기관을 방문하는 시민들을 위해 자기유도방식의 무선 충전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무선 전력 전송 분야 국제표준센터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한 물밑 작업도 시작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