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전력전송 기술 어디까지 왔나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나라는 미국이다. 마린 솔랴치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팀은 2007년 전기를 무선으로 보내 2.1m 떨어진 60W 전구를 켜는 데 처음 성공했다. 당시 이 성과는 중거리 전송으로는 첫 사례로 기록되면서 무선 충전 기술의 시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재 무선 전력 전송 기술 실용화 연구에서는 한국이 미국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박영진 한국전기연구원 융복합의료기기연구센터장은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국내 무선 전력 전송 분야 연구가 급격히 성장했다”며 “자동차, 초소형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국내에서 개발된 무선 충전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호 KAIST 무선전력전송연구센터장(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은 2010년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를 개발해 서울대공원을 순환하는 전기버스인 ‘코끼리 열차’에 적용했다.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전선이 매설된 도로 위를 달리면서 자동으로 차량에 전기를 공급받는 방식이어서 충전소가 필요 없다. 조 센터장은 “2010년 20cm 거리에서 최대 효율이 80% 정도였는데 지금은 85%까지 높였다”며 “무선 전력 전송 버스나 철도 기술에 있어서는 한국이 상용화 선두 그룹에 있다”고 말했다.
소형화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웨어러블 기기나 체내 이식용 임플란트 기기를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초소형 수신기를 개발했다. 현재 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 수신기는 지름 7mm 보청기에 쓰인다.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의 최종 목표는 수십 km의 원거리에서 수 kW의 대용량 전력을 전송하는 일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한 뒤 이를 무선으로 지상에 보내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박영진 센터장은 “성층권을 비행하는 ‘고고도무인기(高高度無人機)’에 전력을 무선으로 공급하는 게 1차 목표”라며 “최종 목표는 우주 태양광 발전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