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비해 이 정도는 애교수준 vs ‘담배는 암’ 오해 부를 과장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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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금연 광고의 한 장면. 광고 화면 캡처
외국 비해 이 정도는 애교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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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진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한양대 광고홍보학과교수
위협적인 금연광고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2002년 폐암으로 죽어가던 개그맨 이주일은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하며 흡연의 위험성을 실감나게 경고했다. 2005년에는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치고, 거친 테이블 위에 뺨을 그어대고, 맨홀 안으로 얼굴을 넣고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흡연이 뇌, 폐, 피부에 미치는 폐해를 보여준 ‘자학’ 시리즈가 있었다. 2007년의 ‘폭력’ 시리즈는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남성이 하는 흡연이 보이지 않는 주먹이 되어 여자를 마구 구타하는 것처럼 표현했다. 작년의 ‘더 늦기 전에’ 시리즈는 흡연으로 폐암과 뇌중풍을 앓게 된 흡연자들의 고통을 보여주었다. 미국에서처럼 실제 흡연자의 생생한 증언이 아닌 드라마 형식이었기에 그 위협 수준이 훨씬 미미했지만 흡연자 단체는 올해와 비슷한 이유로 반발했다.
실제로 건강 캠페인에서 ‘위협’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금연 캠페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축적되어 호주 미국 영국 등 금연 선진국의 보건당국은 이 방법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방법으로 금연광고를 하는 것이 인권 침해일까. 오히려 정부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무난한 금연광고를 집행한다면 국민 세금의 낭비라고 반발해야 옳다.
금연광고가 흡연자의 인권이나 행복추구권을 위협한다는 흡연자 단체의 주장은 납득이 안 된다. 우선 흡연자가 흡연으로 행복해진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이 없다. 반대로 2010년 국제 담배 규제 프로젝트 한국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흡연자의 88%가 흡연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며 “또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흡연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흡연자의 인권이니 행복추구를 운운하는 단체는 대다수의 흡연자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의 위험을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은 국내외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이에 금연광고가 흡연자에게 흡연의 위험을 전달하는 방법인 것은 국제적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도 잘 나타나 있다.
흡연을 처음 시작했을 때 중독돼 끊기 어려운 걸 알면서 시작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흡연자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다. 현재 집행 중인 금연광고가 흡연자를 죄악시한다는 흡연자 단체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오히려 위협적인 광고를 보고 흡연자들이 불편했다면 화를 내야 할 상대는 그 광고의 제작자나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흡연의 위험성과 중독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담배회사가 아닐까. 흡연자들의 진정한 ‘권리’는 담뱃세로 걷은 돈으로 강력하고 효과적인 금연 캠페인을 더 많이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다.
▼ ‘담배는 암’ 오해 부를 과장광고 ▼
최창호 메타포럼 대표·서울현대전문 학교 상담심리석좌교수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8일부터 지상파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내보내는 금연광고가 최근 허위·거짓 광고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금연광고에서는 담배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편의점으로 들어가 점원에게 “후두암 1mg 주세요” 같은 말을 하면서 담배를 사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또 광고에서처럼 담배 제품 자체를 곧바로 후두암과 폐암, 뇌중풍(뇌졸중)으로 표현하는 것은 객관적 사실에 기반을 둔 광고라고 하기에는 적잖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흡연이 질병에 걸릴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흡연 자체가 질병이라고 말하는 것은 명백하게 사실을 왜곡한 침소봉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술을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고 하지 않고 무조건 간암에 걸린다고 말하는 것과 같고 탄산음료, 햄버거 같은 정크 푸드를 많이 섭취하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반드시 비만이 된다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대법원 역시 지난해 4월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흡연으로 반드시 폐암 등이 발병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이번 금연광고는 흡연은 질병이라는 허위 사실을 내세워 사법부도 인정하지 않았던 사실관계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암의 원인은 유전적, 환경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다양하다. 그중에 담배는 암 유발 인자 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담배가 원인으로 작용해 인과적으로 암을 유발했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즉 상관관계를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밝힌 연구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금연광고를 시청한 많은 흡연자와 담배 판매인은 보건당국이 허위 사실을 근거로 흡연자들과 판매인들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흡연자들은 금연광고가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기호품인 담배를 구입하는 행위 자체를 ‘질병 구매’로 죄악시하는 것에 대해 담배 소비자가 모두 질병에 걸린 것처럼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전국의 담배 판매인들 역시 해당 금연광고를 금지해 달라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고 나섰다. 전국 13만 담배 소매상이 회원인 한국담배판매인회 중앙회는 3일 복지부의 금연광고를 전면 중단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들은 이번 금연광고가 허위 사실을 근거로 담배 판매인들이 소비자들에게 팔아서는 안 될 물건을 불법적으로 파는 것처럼 묘사해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건강을 위해 지나친 흡연을 삼가라고 권고하는 것은 납득하겠지만 담배를 아예 구입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합법적으로 담배를 파는 판매인들의 영업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내가 만난 어느 편의점 주인은 자신의 자녀들이 이 금연광고를 보고 아빠가 질병을 파는 나쁜 사람으로 비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지금 방영되는 금연광고는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정부가 담배 판매인들에게 질병을 판매하도록 허가하고 흡연자들에게는 그 질병을 팔아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이는 모양새가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실성이 결여된 이번 광고는 오로지 흡연자를 혐오스러운 인물로 만들고 담배 제조·판매자를 암 유발자로 만드는 것일 뿐 광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흡연자의 인격과 명예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복지부의 직무 유기와 부당 행위를 홍보하는 꼴이 될 뿐이다. 정말 ‘담배는 질병’이라는 광고가 사실이라면 보건당국은 현저히 직무 유기를 하는 것이요, 과세당국은 부당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창호 메타포럼 대표·서울현대전문 학교 상담심리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