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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특단의 조치 취할것…19대 국회 존재 이유가 없었던 최악의 국회”

입력 | 2015-12-11 09:23:00

정의화 국회의장. 동아DB


정의화, “특단의 조치 취할것…19대 국회 존재 이유가 없었던 최악의 국회”

정의화 국회의장이 "선거구 획정 문제는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 이전에 반드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국회의장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10일 국회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 "국민의 신성한 권리인 선거권을 침해하고, 출마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을 두고만 볼 수는 없다"며 "여야 지도부는 오늘부터 당장 밤을 새워서라도 머리를 맞대고 기준을 마련해 획정위원회에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마저 안 한다면 19대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었던 국회로 최악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특단의 조치가 '직권상정'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제 판단"이라고 했다.

정 의장은 또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기로 한 쟁점 법안들도 상식과 합리를 바탕으로 충분히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데도 각 당의 ‘이념의 덫’과 ‘불신의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다"며 "지금 무언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소통의 노력보다는 비난의 화살만이 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다음은 정의화 국회의장 ‘대국민담화문’ 전문 ▽

국민 여러분!

어제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났습니다.
국회의장으로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리는 문제들에 대해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옳을 것 같아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오늘 매우 착잡하고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어 의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통감합니다.

저는 국회의장이 된 후,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제거하는 국회를 만들고자 다짐했습니다.
어떻게든 소통과 타협을 통해 원만하게 국회를 운영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 방에 ‘참을 인’자를 써서 걸어놓고, 여와 야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의견을 경청하려고 했습니다.
중요한 의제들에 대해 대타협을 이끌어내려고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국회의 교착상태를 풀었고, 예산도 예정된 일정 안에 원만히 처리했습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포함해 주요 법안들이 여야 합의로 처리되도록 중재의 노력도 많이 기울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국회를 끝낸 지금 현재의 국회 모습에 대한 세간의 걱정과 비판을 의장으로서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19대 국회는 제가 그토록 원했던 정쟁의 정치 구도를 끊어내지 못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패권주의와 양당 대립을 심화시키는 선거제도의 개편 등 근원적인 정치개혁을 호소했습니다만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런 근원적인 정치개혁은커녕 선거구 획정 기준마저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한 쟁점 법안들도 상식과 합리를 바탕으로 충분히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 당의 ‘이념의 덫’과 ‘불신의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제 정기국회 본회의 도중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 이에 대한 합의를 마지막으로 시도했으나 불발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경주하겠습니다.

국회와 정부는 국가를 운영하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습니다.
각자 기능에 충실하면서 또한 서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이 시대의 정신인 소통과 공감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무언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소통의 노력보다는 비난의 화살만이 오가고 있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회의 기능과 권한이 커지는 만큼 국정에 대한 국회의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견제와 감시도 중요하지만, 나라의 어려움을 주도적으로 해소하는 기능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런 국회의 생산적 기능이 지금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국정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우리 국회의원들은 있는 그대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편 저는 국회가 독립된 헌법기관인 의원 각자의 의견이 존중되고,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함을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회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국회의원과 상임위는 보이지 않고, 교섭단체의 지도부만 보입니다.
국회의원은 거수기가 되고, 상임위는 겉돌고 있습니다.
전혀 연관이 없는 법들을 당리당략에 따라 서로 주고받는 거래의 정치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안조차 흥정의 대상이 되는 보기 민망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소위 「국회선진화법」이 높은 수준의 타협과 합의보다는 낮은 수준의 ‘거래’를 촉진하는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선진화법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제가 국회개혁자문위원회의 의견으로 제안한 ‘무쟁점 법안 신속처리 제도’ 등 국회 개혁법은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를 끝내면서 대한민국 국회가 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한지 여야 모두가 문제점을 충분히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하루빨리 국회선진화법의 보완을 서두르고 예측 가능한 국회, 효율적 국회 운영을 위한 개혁방안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사실상 19대 국회 마지막 국회입니다.
「노동개혁 관련 법안」,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사회적경제 기본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등 아직도 남아있는 숙제들을 이제는 정말 마무리해야 합니다.

여야는 서로가 제안한 법에 대해 “재벌과 특권층을 위한 법”, “反시장적인 법”이라는 구태의연한 이념적 색안경을 벗어야 합니다.
다른 의견을 이단(異端)으로 인식하면 공동체는 반분되기 마련입니다.
시야를 미래에 두고, 작은 이해관계를 넘어서면 얼마든지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법들입니다.

선거구 획정 문제 역시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 이전에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여야 지도부는 오늘부터 당장 밤을 새워서라도 머리를 맞대고 기준을 마련해서 획정위원회에 넘겨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장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 신성한 권리인 선거권을 침해하고 출마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을 두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마저 안 한다면 19대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었던 국회로 최악의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부디 이번 임시국회를 통해 19대 국회의 밀린 숙제를 모두 정리하고,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연말이 되길 의장으로서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 가지 힘든 일이 있더라도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내일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그득한 연말이 되셨으면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