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안수영 기자]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융합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기관에서 스타트업 및 창업 육성을 위해 융합 및 협력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실시된 프로젝트 중 하나가 북부 경기문화창조허브가 디자인 콘텐츠 분야 예비창업자 및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MDC(제조, 디자인, 콘텐츠)'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경기도와 의정부시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융합 상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경기북부 소재 강소 제조기업들과 공동창작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스타트업들을 통해 양질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제조기업들과 제조 기술, 제작, 유통 분야에서 협력하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현실화하고, 제조기업은 양질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지난 6월부터 실시된 MDC 사업은 6개월 동안 그 결실로 다양한 디자인 가구와 보드게임 등 디자인 콘텐츠를 빚어냈다. 자본과 제조 수단이 없어 실현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기업들의 협력을 통해 실제 제품으로 탄생하고 유통까지 할 수 있게 된 것. 이번 프로젝트에서 보드게임을 만든 스타트업 세븐브릭스, 그리고 보드게임이 실제 상품으로 나오기까지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보드게임 전문기업 젬블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세븐브릭스 한희영 대표>
어린이를 위한 순발력 퍼즐 보드게임, '파이프워크'
MDC 사업에 참여한 스타트업인 세븐브릭스는 2014년 1월 설립된 교육 보드게임 개발사다. 세븐브릭스의 한희영 대표는 기업명에 '행운이 넘치는 일곱 명의 든든한 친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한희영 대표: "brick이라는 단어는 벽돌이라는 뜻과 함께 든든한 친구라는 뜻도 지니고 있는데요, 일곱 명의 친구들(세븐브릭스)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상상력, 논리력, 공간지각력, 관찰력, 수리력, 어휘력, 문제해결력을 의미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능력들을 길러줄 수 있는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세븐브릭스가 이번 MDC 사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보드게임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한 대표는 이번 작품을 만들기까지 다양한 보드게임 공모전들을 살펴보았다고 밝혔다.
한희영 대표: "교육 보드게임을 만들기 위해 보드게임 관련 공모전들을 알아보던 중, MDC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도전하게 됐습니다. 보드게임 콘텐츠는 놀이를 표방하면서도 사회성, 배려, 집중력, 관찰력, 문제해결력 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게임의 테마와 관련된 정보들을 접하고 게임이 제시하는 세계를 체험하는 등, 좋은 교육 콘텐츠이기에 제작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세븐브릭스의 보드게임은 '파이프워크'라는 작품이다. 파이프워크는 22개의 파이프로 같은 색깔의 파워 스테이션들을 빠르게 연결하는 순발력 퍼즐 게임이다.
한희영 대표: "파이프워크는 파이프 공사를 테마로 한 보드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대형 공사기관을 운영하는 CEO가 되어 4개 색깔의 파워 스테이션을 파이프로 빠르게 연결해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은 문제 카드를 받은 뒤, 4색의 파워 스테이션을 게임판 안에 똑같이 세팅한다. 그리고 같은 색깔의 파워 스테이션들을 파이프로 재빨리 연결해야 한다. 게임판은 파워 스테이션과 파이프로 모두 채워야 한다. 게임판을 완성한 플레이어부터 스패너 카드(순위 카드) 1, 2, 3, 4를 가져간다. 스패너 카드를 모두 가져갔다면, 파이프 연결이 옳게 되었는지 확인한다. 올바르게 연결했다면 1등부터 순서대로 점수 카드를 가져간다.
점수 카드에는 사람 마크, 지구 마크, 돈 마크 등 3가지 마크가 있다. 사람 마크는 이번 공사가 사람을 위한 공사였음을 의미하고, 지구 마크는 이번 공사가 환경을 위한 공사였음을 의미하며, 돈 마크는 이번 공사가 사업적으로 돈을 크게 벌게 된 공사였음을 뜻한다.
한희영 대표: "이렇게 해서 8라운드를 반복해, 3가지 마크 중 1가지를 가장 많이 모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난이도는 중하 정도로 어렵지 않은 편이며, 게임 유저는 6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순발력이 중요한 퍼즐 게임인 만큼, 남들보다 빠르게 퍼즐을 해결하는 즐거움이 재미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 시간은 8라운드를 진행하는 데 대략 25~30분 정도 소요됩니다"
파이프워크라는 순발력 퍼즐 게임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 대표가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며 생각한 아이디어와 관찰력 덕분이었다. 한 대표는 평소 모바일 퍼즐 게임을 즐겨왔는데, 이러한 경험을 통해 보드게임 제작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한희영 대표: "평소 모바일에서 다양한 퍼즐 게임들을 해 보며, 보드게임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며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꾸준히 정리해 왔습니다. 여기에 길찾기 요소, 같은 색을 연결하는 퍼즐 등의 아이디어를 조합해 파이프워크라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사업을 하면서 보드게임 전문기업 코리아보드게임즈와 젬블로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처음 해 보는 도전인 만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흔히 마트나 서점에서 몇만 원에 구매해 가볍게 해보고 책장에 놓아두던 보드게임들이 이렇게 만들기 어려운 것인지는 짐작도 못했습니다. 보드게임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세븐브릭스와 젬블로의 합작이 빚어낸 '아이디어의 현실화'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현실화하는 과정이란 결코 쉽지 않다. 한 대표는 파이프워크를 제작하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때, 보드게임 전문기업 젬블로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표했다. 스타트업과 제조기업의 협력이 제품 탄생과 장벽 해소에 도움이 된 것이다. 이번 MDC 사업에서 보드게임 제조기업으로 코리아보드게임즈(경기도 파주)가 참여했으며, 보드게임 전문기업 젬블로를 연결하며 서로 협력하게 됐다.
한희영 대표: "이번에 파이프워크를 제작하면서 보드게임은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같은 색깔의 마커들을 연결하는 보드게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출발했는데, 실제로 이를 구현하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많은 작업을 필요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문제 카드를 만들 때에도 문제 DB를 만들고 그것들의 적합성을 평가하고 난이도를 조정해야 했는데요, 카드 1장에 여러가지 문제가 동시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은 젬블로에서 상당 부분 도움을 주셨습니다. 또한, 단순히 파이프를 빨리 연결해서 점수를 많이 받는 방식보다는, 3가지의 보상 체계를 적용해 승리 요건을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방법도 젬블로의 아이디어를 적용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제품을 금형 설계하고, 플라스틱의 재질과 두께 등을 고려해 제품을 최적화하는 단계에서도 젬블로의 노하우로 빠르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보드게임 제작에 도움을 준 젬블로는 보드게임 전문기업이다. 젬블로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약 30가지 보드게임을 개발하며 국내 대표 보드게임 개발사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 젬블로는 그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파이프워크 탄생을 위해 많은 조언과 지원을 했다.
<젬블로 오준원 대표>
오준원 대표: "파이프워크라는 게임을 접하고 상당히 재미있는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도 있고, 스타트업 기업이라 많은 도움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이번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또한, 파이프워크라는 게임을 같이 개발하면서, 저희 채널을 통해서도 유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드게임 전문기업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도 일반 유통하고요, 저희는 보드게임즈(www.boardgamez.co.kr) 사이트 및 교육 채널 등을 통해 판매 지원하고자 합니다. 파이프워크에 거는 기대감이 큽니다"
젬블로는 파이프워크의 제작뿐만 아니라 마케팅 및 유통까지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젬블로가 가용할 수 있는 마케팅 채널들을 총동원해 파이프워크를 알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오준원 대표: "온라인 마케팅은 기존의 페이스북,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활용해 최대한 홍보할 예정입니다. 또한, 젬블로의 교육 채널을 활용해 파이프워크를 보드게임 지도사 교육에 활용하고, 모임에서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입니다. 현재 참가하고 있는 연간 10여 가지의 박람회에서도 홍보하고자 합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유통 채널을 통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성공적인 런칭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MDC 사업을 통해 세븐브릭스는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현실화하고, 젬블로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삼게 되었다. 양사가 협력해서 만든 보드게임이 향후 어린이 교육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한희영 대표: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값진 경험을 얻었습니다. 이번 사업을 마련한 경기도와 의정부시, 경기콘텐츠진흥원에 감사드립니다"
오준원 대표: "경기도의 MDC 사업으로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저희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는 미약할 수 있지만, 이것이 정부기관의 멋진 기획과 만나면 좋은 사업 기회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번 사업을 기획한 담당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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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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