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342대, 보름 1만700대, 대기 3~4개월. 찻잔 속의 미풍으로 남을 것인지 광풍으로 휘몰아칠 것인지 미래는 모르지만 현재 분위기는 좋습니다.”
현대자동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최상급 모델 제네시스 ‘EQ900(이큐 나인헌드레드)’의 초반 돌풍이 거세다. 지난달 23일 시작한 사전계약 첫날 4342대, 보름 만에 1만700대를 돌파했다. 지금 주문하면 최소한 3~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작은 차도 아니고 가격이 7300만~1억1700만 원에 달하는 최고급 세단의 판매량치고는 믿기 힘든 기록적인 수치다. 물론 사전계약이 100%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고는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충분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EQ900은 이런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할만한 자동차일까. 지난 며칠간 EQ900에 대해 묻는 지인들의 전화를 몇 통 받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기자는 아직까지 EQ900을 직접 운전해보지는 못했다. 다만 뒷자리에 타고 서킷을 몇 바퀴 돌아봤을 뿐이다. 시승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때 받은 가장 강렬한 느낌은 한마디로 ‘안락하다’였다. 그 이외에 다른 것을 알아채기에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 차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유추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장면1 = 지난 9일 오후 6시30분 서울 하얏트호텔 EQ900 신차발표회장.
공식행사가 끝나고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과 차 앞에 나란히 설 기회가 있었다. 양 부회장은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을 하나만 콕 집어 말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빙긋이 웃으며 “직접 타보면 안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거듭된 기자의 요청에도 말을 아끼던 양 부회장은 결국에는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나, 커브길에서 롤링이 없고, 하체의 안정감이 놀라운 수준이다”고 말했다.
또 보닛을 열어 내부를 가리키며 “단단한 차체에 스트럿바까지 장착해 전체적으로 강성이 크게 높아졌다. 고속으로 달려보면 최고의 성능과 승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부회장은 그러면서 “이 차를 타고 남양연구소 고속주행로를 240km/h로 달려봤는데,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면서 고속주행능력에도 만족도를 표시했다.
현대차 연구소 소속 테스트 전문 드라이버는 “경쟁차와 비교할 때 이 차가 내세울만한 최고의 장점을 하나만 꼽아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참 어렵다”며 한참을 생각했다. 그는 주행시험장을 방문한 기자를 EQ900 뒷좌석에 태우고 10.3km 길이의 고속주행로를 두 바퀴째 돌고 있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던 그는 “하나만 고르라니 어렵지만, 그래도 꼽는다면 단단한 하체에서 나오는 주행안정감과 안락감이 아닐까”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시속 200km 이상 고속으로 서킷을 내달려도 차체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고, 급커브를 60~80km/h의 속도로 돌아도 롤링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2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뒷좌석 체험이었지만, 그의 말대로 단단한 하체에서 나오는 안정감이 수준급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종합해보면 제네시스 EQ900 탄생을 선두에서 지휘한 양 부회장이나, 신차 테스트에 1년 이상 참가해 서킷과 일반 도로를 10만km이상 달렸다는 전문 드라이버의 입에서 나온 공통된 하나의 장점은 “단단한 차체에서 나오는 주행안정감과 안락감”이었다. 이 정도면 직접 타보지 않아도 차의 성격을 조금은 예상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현대차는 자신들이 가진 모든 기술력을 집약한 제네시스 EQ900를 앞세워 세계를 향한 모험을 시작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EQ900은 그동안 축적해온 우리의 기술력을 집약하고 최고의 품질 관리로 탄생시킨 자동차다. 세계 시장에서 최고급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해나갈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