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이 “(김일성 덕에) 우리 조국은 자위의 핵탄,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으로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1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이 수소폭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폭발력이 원자폭탄의 몇백 배나 되는 수소폭탄을 북이 보유하고 있다면 북의 핵 위협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최근 개보수를 끝낸 평양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하면서 했던 발언을 북한 매체가 남북 당국회담을 하루 앞두고 보도한 이유가 궁금하다.
미국 백악관은 “우리가 파악한 정보로는 상당히 의심스럽다”면서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 야망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논평했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수소폭탄 제조에 쓰이는 물질을 기존 핵폭탄의 폭발력을 늘리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본다. 반면 한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수소폭탄 제조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수사적인 의미가 크다”고 평가 절하했다. 북의 핵 개발 동향 관측을 상당 부분 미 정보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속단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북은 2010년 5월 “마침내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통상 핵보유국이 원폭에 이어 수소폭탄을 개발하는 데 3∼5년 정도 걸리므로 북이 수소폭탄 보유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과잉 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과소평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미국이 북의 평화협상 제안을 일축하고, 미사일 발사를 지휘하는 전략군까지 제재하겠다고 밝히자 북이 어떻게든 북-미 회담을 끌어내기 위해 핵 능력을 과시했을 수도 있다. 갈수록 진화하는 북의 핵 위협에 대처하려면 한국은 핵우산을 제공하는 미국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