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은 장관에다 총리까지 지냈다. 그런 사람이 총리 재임 시절에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제1야당은 그를 서울시장 후보로 옹립하고 당대표로도 선출했다. 그것만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새정치연합은 대법원 최종 판결마저 깔아뭉갰다. 문 대표는 심지어 대법원에 재심 청구가 가능한지, 추징금 8억8000만 원을 대신 내주게 당 차원의 모금이 가능한지 검토해보라고 당에 지시까지 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언론에 대고 ‘재심 청구’ 운운했다. 보통의 법 상식과는 동떨어진 언행이다.
▷그랬던 문 대표가 한명숙에게 자진 탈당을 요청했다고 당 대변인이 그제 밝혔다. “결백을 믿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추어 정치적인 거취를 결단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혁신을 위해 내치겠다는 결기가 아니다. ‘혁신 쇼’를 해보려는데 장단 좀 맞춰달라는 간청으로밖에 안 보인다. 한명숙은 친노(친노무현)의 상징이다. 폐족(廢族) 신세이던 친노를 정치적으로 부활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런 한명숙에 대한 문 대표의 애틋함이 절절이 느껴진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