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로빈 던바 지음·김학영 옮김/416쪽·1만9000원·반니
이 책은 진화를 문화적, 인지적 관점에서 설명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대 ‘인지 및 진화인류학 연구소’ 소장을 지낸 진화인류학자다. 저자는 인류가 유인원과 다른 이유는 결국 인지적, 문화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집단적으로 노래하고, 종교를 만들고, 언어를 쓰는 것 같은 인지 활동이 진화에서 우연히 파생된 부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진화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인류는 공동체 규모를 끊임없이 늘려야 했다. 처음에는 맹수를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나중에는 제한적인 자원에 접근하기 위한 교역 관계를 유지하고, 다른 종족의 습격을 방어하기 위해 공동체의 규모를 꾸준히 늘렸다.
저자는 인간 진화의 역사는 사회적 유대감 형성, 커진 몸, 그리고 뇌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신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 등에 적응하는 여정이었다고 결론짓는다. 결국 현재의 인류를 만든 것은 생리적, 사회적, 인지적 구조를 조금씩 수정해 나가면서 획득한 일련의 적응 과정이다. 인류는 뇌를 발전시켜 과학과 예술을 만들어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과학과 예술은 다시 뇌와 사회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