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오 마이 비너스’는 KBS 월화드라마의 ‘흑역사’를 끝낼 수 있을까.
‘후아유’ ‘너를 기억해’ ‘별난 며느리’ ‘발칙하게 고고’ 등 올 한해 방영된 KBS 월화드라마는 대부분 시청률 8%를 넘지 못하며 고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6일 첫 방송된 ‘오 마이 비너스’가 최고 시청률 9.7%(6회·닐슨코리아 집계)을 기록하며 10%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KBS 월화드라마가 시청률 10%를 넘은 건 올 초 방영된 ‘힐러’가 유일하다.
‘오 마이 비너스’는 한때 ‘대구 비너스’로 불렸지만 사법시험 준비를 하다 ‘얼꽝’과 ‘몸꽝’으로 변한 여주인공 강주은(신민아)과 의료법인 가홍의 후계자이자 시크릿 헬스 트레이너인 남주인공 존킴(소지섭)이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 이 드라마의 감춰진 속살에 대해 방송담당 기자 2명이 조목조목 뜯어봤다.
▽김배중=6회쯤 살이 빠지니까 어색해보일 정도로 통통했던 얼굴이 더 사랑스럽던데. 기술적으론 아쉬운데 남자 시청자 배려 차원이 아닐까. 여성으로서 매력을 포기 하지 않은 적당한 망가짐이 신민아를 돋보이게 만들었어.
▽염=소지섭의 ‘츤데레’(겉으로 무뚝뚝하나 속정이 깊은 사람을 뜻하는 일본식 신조어) 매력은 역시 죽지 않았어. 주은의 트레이닝을 맡겠다며 “앞으로 당신 몸은 내 꺼, 내 마음이니까”라고 말하는 것도 모자라 땀 흘리며 운동까지 해주니, 이 드라마는 소지섭 팬들을 위해 기획된 게 아닐까. 그런데 ‘소간지’(소지섭의 별명)도 세월의 흐름을 빗겨가진 못했더군.
▽김=역시 로맨틱 코미디는 배우들이 이름값을 잘 할 수 있는 영역인 것 같아. 오랫동안 광고모델로 다져진 신민아의 매력이 잦은 클로즈업에서도 유독 빛나잖아.
▽염=솔직히 드라마 줄거리는 많이 밋밋해. 헬스 트레이닝이 드라마 소재여서 신선하다고 생각했는데 웬 걸, 트레이너인줄 알았던 남자주인공이 알고 보니 금수저인 기업 후계자?
▽염=이 드라마의 일등공신은 배우 다음으로 통통 튀는 대사 아닐까. ‘신세마일리지’ ‘온몸에 섹시가 쳐발쳐발해’ 등 신조어를 활용한 대사 듣는 재미가 쏠쏠해.
▽김=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밋밋한 줄거리에 양념역할을 하는 것 같아. 특히 존킴의 왼팔, 오른팔인 하버드 졸업생 김지웅(헨리)과 격투기 선수 장준성(성훈)의 감초연기가 볼만 해. 주은이 무리하게 운동해서 다리에 쥐가 나니까 헨리가 ‘미야오~’하면서 고양이 흉내 내는 장면은 같은 남자가 봐도 귀엽더라.
▽염=존킴의 새엄마로 나오는 최혜란(진경)과 그의 오빠 최남철(김정태) 등 내로라하는 조연들이 아직까지 별다른 활약이 없던 것도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들어. 8회부터 존킴이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주은이 이 회사 법무팀에 들어왔으니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겠지. 그러고 보니 요즘 드라마의 배경으로 회사가 자주 등장하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염희진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