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울산 제일화성
제일화성 본사 전경. 접착제와 에폭시, 우레탄, 바닥재 소재 등을 주로 생산하는 제일화성은 조만간 3D 프린팅용 소재도 생산할 계획이다. 제일화성 제공
제일화성은 임종일 대표(55)가 1991년 7월 부산 기장군에 설립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석유화학업체에 2년가량 근무한 뒤 독립했다. 1994년 법인으로 전환할 때까지는 영세한 규모였다. 법인으로 전환하던 해에 부도를 맞으면서 창사 이후 가장 큰 위기를 겪었다. 임 대표는 악성 채권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채권을 포기했다.
일감이 없어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직원들은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 쉬는 날이면 임 대표와 직원들은 함께 등산을 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낼 의지를 다졌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 탓인지 임 대표는 한때 몸의 일부가 마비되는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외환위기까지 가까스로 넘기고 석유화학업종의 경기가 살아나면서 제일화성도 다시 일어섰다.
제일화성은 전기·전자 몰딩 소재와 바닥재용 소재, 에폭시 화합물과 접착제 등을 주로 생산한다. 이 같은 제품과 함께 3D 프린팅용 소재와 기계도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3D 프린팅은 빛을 비추거나 수지를 녹여 제품을 만드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제일화성은 빛을 비춰 만드는 방식으로 생산한 에펠탑 모형 등 자사가 생산한 수지로 만든 3D 프린팅 제품을 전시해 놓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주로 생산되는 3D 프린팅용 소재 가격은 kg당 100만 원 선, 프린팅 기계는 대당 1억 원 수준이다. 제일화성은 이보다 10% 낮은 가격대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3D 프린팅회사와 함께 벤처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절차도 추진하고 있다. 직원 53명 가운데 권성헌 부사장(공학박사) 등 연구인력이 14명(26%)으로 신제품 개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 제일화성 실험실. 석유화학 소재 생산업체인 이 회사는 상시종업원 53명 가운데 연구원이 14명이나 된다. 제일화성 제공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