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탈당]‘마이웨이’ 굳히는 문재인
헛걸음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오전 2시경 굳은 표정으로 차에 오르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탈당을 선언한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의 자택을 찾아가 50분가량을 기다렸지만 결국 집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악수만 하고 돌아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정말 정치가 싫어지는 날이다. 진이 빠질 정도로 지친다”면서도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이 문구는 프랑스 파리시청의 문양에 새겨진 라틴어 ‘Fluctuat nec mergitur(파도에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에서 나온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라는 거대한 암초에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호’가 마주할 파도는 생각보다 높고 거세다.
이날 한 당직자는 “안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직전까지 문 대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했다”고 전했다. ‘모든 수단’의 마지막은 전대 수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었다. 김성수 대변인은 “오늘 오전 박병석 의원을 만나 문 대표가 ‘혁신전대가 됐든, 통합전대가 됐든, 혁신안 추인 전대가 됐든 다 열어놓고 이야기하자’고 전달했다”며 “그러나 안 의원이 ‘혁신전대를 수용하라’고 해 접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탈당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문 대표가 “전대는 분열”이라는 기존의 태도에서 물러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는 “혁신전대 수용”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두 사람은 충돌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탈당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문 대표 측은 “싸우지 않는 전당대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문 대표, 친노 청산으로 혁신 드라이브
문 대표는 안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직후 곧바로 핵심 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과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혁신으로 정면돌파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안 의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하되 혁신의 성과물로 국민에게 심판받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 대표와 가까운 원외 인사들이 일부 친노 의원에게 “불출마를 선언하라”는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친노 의원들의) 반응이 미온적”이라면서도 “이들이 불출마를 택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에 의해 공천 탈락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혁신 드라이브의 정점을 찍겠다는 생각이다.
문 대표 측은 안 의원과도 ‘혁신’을 통해 경쟁할 계획이다. 14일 중앙위원회도 예정대로 열어 안 의원의 ‘10대 혁신안’을 당헌에 반영하는 것을 최고위원회에 위임하도록 의결할 예정이다. ‘현역 의원 하위 20% 컷오프’와 외부 인사 영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혁신을 말로 이야기하는 쪽과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에 옮기는 쪽, 이 두 세력 중 국민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 지켜보면 될 일”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연쇄 탈당? 현실화 어려울 것”
‘탈당 도미노’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문 대표 측은 “대규모 탈당은 없을 것”이라는 태도다. 당 관계자는 “의원 개개인이 제출해야 하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다면 평가에 거의 모든 의원이 참여했다”며 “탈당을 진짜 생각한다면 평가에 응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긴급 최고위에서 최고위원들은 “당의 혁신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문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다만 비주류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도 최고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14, 15일 이틀 동안 공식 일정 없이 정국 운영 방안을 구상할 계획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