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 갈매기 떼가
내려앉아 있다
사람이 다가오자
일제히 날아오른다
수많은 갈매기 떼가 서로
부딪칠 만도 한데
바닥에는 부딪쳐
떨어져 내린 갈매기가
한 마리도 없다
오밀조밀 틈도 없이 모여 있었는데
사람들이 보기에는
날개를 펼 공간조차 보이지 않았었는데
실상은 갈매기들은
옆 갈매기가 날개를 펼
공간을 몸에다
항상 숨기고 있었다
세계 인구를 양팔 간격으로 세우는 데는 충청북도만큼의 땅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삼십여 년 전 수업에서 들은 말이니 그동안 세계 인구가 곱으로 늘었다 해도 충청남북도 정도면 전혀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충청도는 작은 땅이고 인간은 그보다도 더 작은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인간에게 세상은 어찌 이다지도 비좁을까.
거리를 두고도 부딪쳐 다치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다. 빈자리로 두면 좋을 간격과 공간을 모질게 소유하려 들기 때문일 것이다. 온 세상이 부동산이 된 시대에 우리는 저마다 성난 인간이 되어 부딪치고 다치며 살아간다. 물론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를 때는 서로 부딪쳐 떨어지는 새들이 없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것이 거의 우연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몸에 숨긴 공간’이란 마음의 숨은 품을 은유한 것이리라. 계산된 배려 없이 제 날개를 곱게 가누는 것만으로도 새들은 안전할 뿐이지만, 시인은 그 모습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을 찾아낸다. 밝은 눈에 놀라다가도 그걸 그렇게 잡아낸 힘이 우리의 찌든 삶이란 걸 생각하면 씁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의 온전한 품은 모두가 가지고 태어났을 터이니, 저 새들처럼 잘 찾아내기만 하면 될 것 같다는 기꺼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영광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