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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안하는 여야의 甲질

입력 | 2015-12-15 03:00:00

15일부터 총선 예비후보 등록… 출마 희망자들 앞이 캄캄한데
신인들 선거구 몰라 전략도 못세워… 현역은 의정보고서로 마음껏 홍보
여야 협상 공전… 野분열 암초까지, 31일까지 못하면 선거구 무효 대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 하루 전인 14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를 위한 마지막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선거구 획정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협상은 다시 무산됐고 내년 4월 총선 출마 희망자들은 선거구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 등록을 시작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원=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눈앞이 깜깜합니다!”

내년 총선에서 경남 의령-함안-합천 지역구를 노리는 이현출 전 한국정당학회 회장(새누리당)은 14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선거구로 묶인 세 곳이 공중분해된다는데 어떻게 선거구가 갈라질지 알 수가 없다. 앞으로 어디서 누구를 만나야 할지 답답하기만 했다.

서울 중구를 노리는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새누리당)은 홍보용 현수막 문구를 두 번이나 바꿔야 했다. ‘중구’에서 ‘중구·성동구’로 했다가 결국 공란으로 갔다. 서울 성동갑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인 장백건 전 서울시설공단 감사는 성동을이 중구와 붙을지 아니면 성동갑과 붙을지 몰라 냉가슴을 앓고 있다.

15일 오전 9시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둔 대한민국 정당정치의 자화상이다. 내년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만 정해졌을 뿐 내가 뛰어야 할 동이나 읍, 면이 내년 선거에서 어떻게 조정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길도 없는데 무조건 뛰어라”라고 하는 한심한 상황이다.

12월 31일까지 새로운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현재의 선거구는 모두 무효가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선거구가 무효가 되면 예비후보자가 운영 중인 기존의 선거 사무실을 폐쇄하고, 후원회도 해산해야 한다. 명함 배포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사무실을 어디에 둘지 몰라 일단 자택을 ‘베이스캠프’로 두는 웃지 못할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은 철저히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원외 인사들과 정치 신인들은 불공정한 사례로 현역 의원들의 의정보고서와 민원의 날 행사를 꼽았다.

재선 의원 출신으로 새누리당 제2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박종희 경기 수원갑 당협위원장은 “예비후보들은 등록 후에도 총가구의 10%밖에 홍보물을 돌릴 수 없는데 의정보고서는 형식이나 장수 제한도 없어 완전히 불공정 게임”이라며 “이런 법을 고치지 않고 무슨 공정한 경쟁을 이야기하느냐”고 반문했다.

여야는 협상을 하고 있지만 야당이 요구하는 비례성 강화 방안을 놓고 접점을 못 찾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어수선한 야당 상황은 여야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31일 이후부터는 입법 비상사태가 될 수 있고, 그때에는 의장이 액션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연말이 지나야 직권상정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성호 sungho@donga.com·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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