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 추진하던 태극기 게양대의 연내 설립이 끝내 무산됐다. 서울시는 “(시유지인) 광화문광장은 안 된다. 설치하려면 정부 부지에다 하라”고 최종 통보했고, 보훈처는 “명백한 합의 위반이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겠다”고 맞섰다.
국가보훈처는 14일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이달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내는 등 추가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조정 신청이 들어오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메르스 대처’ ‘서울역 고가’ ‘청년수당’ 등으로 벌어진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태극기 게양대 설치’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6월 서울시와 보훈처가 광복절까지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겠다는 업무협약을 맺을 때만 해도 사업은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시 조형물심의위원회,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 이어 서울시 고위급 검토 후 8월 말 수정안이 마련되며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보훈처는 광화문광장에 설치해 8월 15일∼내년 8월 15일 운영하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설치 후 연말까지 운영 △광화문 시민열린마당(광화문광장과 약 50m 떨어짐)에 설치 후 내년 8월 15일까지 운영 등 2가지 수정안을 제시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은 서울시가 관리하지만 명백히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한 대표 광장이다. 시 위원회 소속 일부 시민들이 태극기 게양에 반대하는 것을 대다수 일반 국민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안은 행정협의조정위원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보훈처는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조정 신청을 비롯한 향후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을 협의·조정하는 위원회로 행정자치부에서 주관하고 있다. 행자부 장관, 국무총리실장, 기획재정부 장관, 법제처장 등 4명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위원장 1명과 나머지 위원 4명은 위촉직 민간 인사로 구성된다. 조정 결정은 위원 과반수 참석, 참석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내려진다. 행자부 관계자는 “조정 결정은 강제성은 없지만 그동안 대부분 결정에 따라 추후 사업이 추진됐으며, 2012년 안양교도소 재건축 결정은 안양시가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조정대로 판결을 내려 (안양시가) 패소했다”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