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가격 변동 리스크가 큰 투자 상품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은행을 찾은 한 남성이 상담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필자의 40년 넘는 금융투자업계 경험을 돌이켜 보면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중년 이상의 우리 부모 세대들은 세계 어느 나라 부모 세대보다 용감(?)했다. 시가 10억 원대의 아파트를 절반 이상 단기부채를 안고 거침없이 사는가 하면, 큰돈 벌 수 있다는 말만 믿고 퇴직금을 털어 변동성 큰 주식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일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런 행동으로 손실을 보기도, 큰돈을 벌기도 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렇게 용감했던 부모 세대들에게 눈에 띄게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결혼 상대로) 위험한 남자 만나지 마라’, ‘위험한 회사 들어가지 마라’, ‘위험한 투자 상품 사지 마라’, ‘위험한 일 시작하지 마라’ 이런 말들을 너무 많이 한다. 위험 회피증에 걸린 게 아닌가 할 정도이다. 차라리 무모했던 시절에 더 희망이 있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 리스크, 불확실하지만 관리 가능
부모 세대들이 왜 이렇게 약해졌을까?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에게서 용감하게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거나, 결혼에 실패하거나, 멀쩡한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당하는 등의 사례를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에서 우리가 분명하게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결혼에서, 직장에서, 투자에서 실패를 했다면 그것은 위험한 결혼 상대, 위험한 직장, 위험한 투자 상품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리스크(RISK)가 따르는 결혼을, 취업을, 투자를 했는데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해야 한다.
흔히 리스크를 ‘위험(危險)’이라고 쉽게 번역해 쓴다. 주식이나 펀드처럼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품을 위험한 상품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가격 하락=위험’이 연상돼 부정적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이라는 말의 정확한 영어 표현은 ‘데인저(DANGER)’이다. 홍수 나서 죽을 위험, 폭탄 터져 죽을 위험의 ‘위험’이다. 리스크는 위험한 상황과는 다르다. 위험과 리스크 모두 불확실한 상황을 의미하지만 리스크는 관리가 가능하다는 속성이 있다. 예를 들어 리스크가 따르는 상품의 하나인 주식에 투자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잘만 관리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이게 바로 리스크의 속성이다.
예를 들어 종신고용제가 유지되고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절에는 안정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남성이 훌륭한 결혼 상대자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안정된 직장이라고 여기고 들어갔지만 어느 순간 불안정한 곳으로 바뀌는 상황을 얼마든지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곳 직장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경쟁력을 잃고 더 큰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 차라리 처음부터 리스크를 안고 도전해 나가겠다는 직장관을 품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역량과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직장이 곧 좋은 직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 그렇게 도전해 나갈 수 있는 직장인이 훌륭한 배우자감이다.
○ 리스크 큰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어야
자산운용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과 같은 1% 금리 시대에는 손실을 입을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두려워 금융기관이 원리금을 책임져 주는 예금만 해서는 높은 수익을 낼 수가 없다. 높은 수익을 내려면 용기를 갖고 공부를 해서 가격 변동 리스크가 큰 투자 상품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