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레가
이야기가 옆길로 흘렀습니다만, 11일 7년 만에 찾은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에서는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였던 프란시스코 타레가(1852∼1909)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슬람 군주의 성이었다가 기독교 정복 뒤 서유럽 양식의 건물들이 덧붙여진 언덕 위의 아름다운 궁전을 보고, 타레가는 기타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썼습니다. 같은 음이 빠르게 반복되는 트레몰로 주법이 인상적인 곡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거쳐 가는 ‘성지’와 같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타레가의 작품 중 더 널리 퍼진 선율이 있습니다. 1902년 작곡한 ‘그란 발스’라는 곡입니다. 제목이 생소하죠? 이른바 ‘노키아 벨소리’로 알려진 곡입니다.
오늘(12월 15일)은 타레가가 세상을 떠난 지 106년 되는 날입니다. 그는 기타가 가진 기교적인 잠재력을 모두 끌어내 당대 제일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파블로 사라사테와 비교되며 ‘기타의 사라사테’로 불렸습니다. 단지 한 사람의 기타리스트를 넘어 기타라는 악기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 하루는 휴대전화 벨소리를 ‘그란 발스’로 바꾸어 보겠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