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문화계 되감아 보기] <1> 키워드로 본 출판계
《 신경숙 작가의 표절 파문이 ‘문학 권력’ 논란으로 이어졌다. 여름에는 영화 ‘암살’과 ‘베테랑’이 ‘쌍끌이’로 1000만 관객을 모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여파로 공연을 비롯해 문화계가 타격을 입기도 했다. 올 한 해 출판 영화 방송 종교 등 문화 각 분야의 이모저모를 짚어본다. 》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걸린 도서정가제 시행 안내문. 동아일보DB
○ 스타 작가의 표절 논란
○ ‘문학 권력’ 세대교체
신경숙 작가를 둘러싼 표절 논란 이후 ‘문화 권력’으로 비판받았던 문학출판사와 문예지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50년간 이끌었던 문예지 ‘창작과비평’의 편집인에서 물러났다. 강태형 문학동네 대표이사와 1기 편집위원들도 20년 만에 공식 퇴진했다. 창사 40년을 맞은 문학과지성사도 모두 30대로 이뤄진 5세대 편집동인을 출범시켰다.
○ 김훈과 라면냄비…도서정가제에도 이어진 불황
할인 폭을 15%로 제한한 도서정가제가 11월로 시행 1년을 넘겼지만 출판시장은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서적구입비는 1만6752원.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역대 3분기 중 최저치였다.
도서정가제의 제약을 피해 가려는 ‘꼼수’도 등장했다. 소설가 김훈의 신작 ‘라면을 끓이며’는 10월 출간 당시 냄비와 라면을 사은품으로 줬다. 결국 출판사는 도서정가제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
일본 저자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 공저의 ‘미움받을 용기’가 교보문고와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주간 베스트셀러 최장기 1위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사회를 지탱해 오던 관념과 문화가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라는 집단의 자위를 담고 있다”고 인기 원인을 분석했다.
한국 문학의 부진은 계속됐다. 베스트셀러 목록 20위권 안에 한국 시집이나 소설은 찾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장강명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문학동네작가상, 수림문학상 등 상을 휩쓴 장 씨는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댓글부대’를 잇달아 펴냈다.
○ 웹소설과 서브 컬처 인기
고전을 면치 못한 순문학과 달리 웹소설과 라이트노벨 등 대중소설엔 독자가 몰렸다. 네이버 연재 웹소설 ‘악마라고 불러다오’의 조회 수는 2300만 건에 달했고, 웹소설 연재 사이트인 조아라, 문피아 등의 매출은 100억 원대를 넘어섰다.
○ “나만을 위해”…‘개인 독자’의 발견
마니아 독자를 위한 책이 인기를 끌었다. 문구의 역사를 정리한 ‘문구의 모험’, 맥주 지식을 망라한 ‘맥주의 모든 것’ 등이 나왔다. 고전을 직접 베껴 써보는 ‘필사(筆寫) 책’, 명화를 그려보는 ‘컬러링북’이 인기를 끌었다. 출판사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어울리고 연대하는 것보다 개인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독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출판사들도 이런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맥주와 독서…작은 서점 활기
“요즘 서점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다시 생겼어요.” 한 출판 유통업자의 말이다. 서점 소매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것. 테마별로 책을 골라주는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 홍익대 앞 ‘땡스북스’, ‘북스테이’란 독특한 전략을 내세운 충북 괴산군의 ‘숲 속 작은 책방’, 책과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서울 마포구 ‘북바이북’ 등 색깔 있는 ‘강소’ 서점이 각광받았다.
민병선 bluedot@donga.com·김지영·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