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탈당 후폭풍] [위기의 야당 어디로]<下>쇄신만이 살길
야당 없이 열린 정보위 15일 오전 테러방지 관련 법안 등 7건의 중간보고를 위해 소집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주호영 위원장 주재로 회의가 열리기는 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대테러법 제정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국회사진기자단
당 곳곳에서 ‘탈당설’이 터져 나올 즈음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이 사석에서 이같이 푸념했다. 언젠가부터 야당에서 ‘생계형 의원’이라는 말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한다. 정치를 그만두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는 탓에 공천에 매달리는 상황을 빗댄 자조적 표현이다.
‘대의’보다는 ‘공천’에 열중하는 제1야당의 씁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국민을 대표해 법률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한 축인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야권의 패배는 이미 만성적인 상황이다. 2007년, 2012년 대선은 물론이고 전국 단위의 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도 야당의 승리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년 야당’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돌았다. ‘복원력’이 있는 정당이라면 한시적으로라도 기득권을 포기하고 쇄신의 길로 가야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그러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공천 문제로 귀결된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15일 “낙하산 자리가 있는 여당과 달리 야당 정치인은 공천을 못 받으면 말 그대로 ‘끝’”이라며 “미래가 불투명해질수록 대의보다는 공천을 받기 위한 투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야당이 통합의 대의가 돋보인 적이 있었다. 2012년 19대 총선 직전 민주당에 친노(친노무현) 진영,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한국노총 등 다양한 세력이 손을 잡고 민주통합당을 출범시켰다. 새정치연합도 올 2·8 전당대회 직후에는 ‘희망’이 있었다.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30%에 육박하며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8주 연속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이 합당하면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올해 두 번의 재·보선에서 연패했다. 야권 내부의 분열상이 주요한 패인이었다. 결국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 총선 승리와 집권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은 불투명해졌다. 미래가 어두워지면서 각 계파는 생존을 위해 내년 총선 공천권을 얻기 위한 지분 싸움에 매달리는 형국이다. 큰 그림을 그리며 외연을 넓히는 장기적 투자보다는 당장의 ‘집토끼’만 잡으려는 투기만 판을 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계파의, 계파에 의한, 계파를 위한 정치만 남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원칙으로 돌아와야 한다. 꼼수를 벗어나 힘들더라도 수권 능력을 갖추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집권 목표를 찾고, 계파 모두 자기희생 속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살아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