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악단 준비한 공연 내용은
4월 평양에서 공연하는 모란봉악단. 김정은이 웃는 사진이 무대 배경을 장식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모란봉악단의 공연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들이 11일 베이징 국가대극원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예행연습을 하던 일부 곡명은 취재진에 알려졌다. 이 중에는 ‘자나 깨나 원수님 생각’과 같이 제목부터 김정은과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노래도 포함돼 있다.
이 노래는 가사 전체가 김정은 1인 숭배 일색이다. ‘자나 깨나 원수님 생각 자나 깨나 원수님 생각’을 후렴구로 반복하면서 김정은에 대해 ‘천만 자식 꿈과 이상 모두 안아 꽃펴 주는 그이 품은 우리의 집 인민의 정든 요람’ 등으로 표현하며 찬양으로 일관하고 있다.
‘타오르라 우등불’의 가사를 보면 ‘장군님 그리움에 불타는 불길 당중앙 따라서 위훈 떨친다’와 같은 구절이 3절까지 계속 반복된다.
함께 공연하기로 돼 있던 북한의 공훈국가합창단 노래들도 김정은 찬양에서 모란봉악단에 뒤지지 않는다.
한 중국 관계자는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는 최근 중국 공산당은 이 같은 1인 숭배와 세습 왕조 체제에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특히 문화대혁명을 겪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경우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는 독재 체제에 대한 반감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공연 내용은 김정은 찬양에 그치지 않고 개혁 개방과 시장경제를 비난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중국에는 모욕으로 들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탈북자들 말에 따르면 과거 김정일 집권 시절만 해도 북한 예술단이 해외에 가면 방문 국가를 의식해 노래를 선곡했다. 예를 들어 1991년 9월 북-일 수교 회담 당시 일본을 순회 공연한 보천보전자악단은 정치적 색채가 없는 노래와 일본 가요들로 공연을 구성했다. 예술인 출신인 한 탈북자(38)는 “김정은의 신임을 등에 업고 충성만 외치는 현송월 악단장 같은 사람들이 득세하니 예술인들도 앞뒤를 가리지 않고 충성 경쟁에 매달린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해당 국가의 정서를 고려하는 것은 상식인데, 지금 북한에선 그런 상식적 의견을 낼 예술인조차 없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