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신 소비자경제부 기자
밤새 귓가를 때리는 경적 소리를 들으며 떠오른 것은 올해 유난히 시끄러웠던 유통업계다. 특히 1년 내내 이슈였던 시내 면세점 선정이 떠올랐다. 신호등이 없으니 경적이 끊이지 않는다. 차들은 뒤엉킨다. 차 안에 탄 사람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도로 위 신호등은 시장의 법과 제도와 같다. 신호등이 돼야 할 제도가 미비하면 시장 속 기업들은 뒤엉킨다. 기업의 조직원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달 전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에 대한 후속 사업자 심사를 통해 2곳의 주인이 바뀌었다. 기존 사업자가 탈락하고 신규 사업자가 특허권을 얻었다. 후유증은 여전하다. 문을 닫게 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들은 일주일 전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직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고용 안정성이다. 면세점 매장에는 정직원뿐만 아니라 용역업체 직원과 입점 브랜드 직원 등이 섞여 있어, 신규 사업자의 100% 고용 승계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한 직원은 “시내 면세점 허가를 내주는 주요 이유가 경기 활성화라는데 멀쩡한 일자리 흔드는 게 무슨 경기 활성화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그룹이 약속한 대로 이들이 다른 면세점 매장이나 백화점 등으로 옮겨 일한다 해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인원이 늘어난 다른 매장들은 한정된 일거리를 어떻게 배분할지 고민이다. 아예 면세 사업을 접게 된 SK네트웍스의 고심은 더 깊다.
케냐 여행 내내 되뇌었던 말은 ‘더 늦기 전에’다. 살면서 더 늦기 전에 장엄한 자연을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더 늦기 전에 케냐 사람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더 늦기 전에 기업 조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신호등이 없어 사고가 나면 결국 사람이 다치듯, 제도가 미비해 혼란이 커지면 가장 크게 다치는 것 역시 사람이다.
한우신 소비자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