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과 미국은 법 공부방식에 차이… 미국식 로스쿨은 韓日에 맞지 않아 한국 로스쿨은 일본 따라 한 것… 일본 역시 로스쿨 실패로 고민 정작 일본은 유턴을 고민하는데, 한국은 직진만 고집 로스쿨 근본적 재검토 필요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사법시험 체제’의 폐해로 지목돼 로스쿨이 없애고자 한 것이 법대의 일방적 수업 방식과 고시학원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로스쿨 학생이 고시학원에 가서, 그것도 교수도 아닌 학원 강사의 강의를 듣는 장면은 로스쿨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다.
사이토 변호사의 비판은 신랄하다. 일본 한국이 속한 대륙법계 국가와 미국은 법을 공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주로 성문(成文) 법전 대신 판례가 있는 미국에서는 교수와의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판례 연구를 통해 법적 추론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대륙법계에서는 민법이면 민법전, 형법이면 형법전을 읽어 법조문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공부이고 그래서 시간을 아끼다 보니 토론보다는 일방적 강의가 선호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시험에 합격한 적이 없는 교수들의 아카데믹한 강의보다는 변호사 출신 학원 강사의 맞춤형 강의가 더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것이다.
로스쿨은 실무교육 겸비를 표방했지만 실무교육을 시킬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판검사나 변호사 출신이 일부 충원되긴 했지만 실무 경험 없는 법대 교수들이 그대로 로스쿨 교수가 돼 교수진의 대다수를 점하고 있다. 로스쿨이 실무교육을 시킬 여유도 능력도 없다는 건 로스쿨 교수들이 가장 잘 안다. 로스쿨 교수들이 여론을 의식해 크게 떠들고 있지 않지만 사시가 폐지되고 나면 일본처럼 로스쿨 출신 합격자를 위한 1년짜리 사법연수 과정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올 것이 뻔하다.
사법시험 체제의 결정적 폐해는 3%대의 낮은 합격률이다. 법대생만이 아니라 문과생 전체가 사시 공부에 매달려 대학이 황폐화하고 상당수가 사시 낭인이 돼 인재가 사장된다. 우리나라도 2001년부터 응시자격을 법학 35학점 이수자로 제한했다. 그것으로 모자랐다면 독일처럼 법대 출신에게만 응시자격을 주는 방식으로 갔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개천에서 용 나기’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이지만 입학 자체가 변호사 자격을 상당 정도 보장하기 때문에 들어가기가 바늘구멍 같은 로스쿨 체제보다는 훨씬 낫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로스쿨 도입을 망설이다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도입을 결정했다. 일본이 2004년 도입한 것이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쫓아간 계기가 됐다. 그러나 사이토 변호사에 따르면 일본의 사법개혁자문위원회도 미국식 로스쿨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도입했고 일본 국민도 무지해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더 몰랐지만 일본이 어련히 알아서 했겠나 싶어 따라하다가 낭패를 본 꼴이다.
일본은 2011년 구(舊)사법시험의 폐지와 동시에 예비시험을 도입해 투 트랙(two track)을 유지했다. 물론 예비시험은 해결책도 아니었을뿐더러 로스쿨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로스쿨이라는 근원적 실패를 고치지 않고 보완하려다 발생한 부차적 실패일 뿐이다. 우리나라 로스쿨 측 주장은 ‘로스쿨은 도입됐고, 도입됐으니 살아야 하고, 따라서 사시 유예나 예비시험 도입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 예비시험이 실패라고 하면서도 로스쿨의 실패는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고 그 실패의 원인을 사시 존치에서 찾는다. 일본은 유턴을 고민하는데 우리는 실패의 열차에 올라타 직진(直進)만을 고집하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