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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트 시스템의 역사
개인·팀별 메리트로 나눠…천적팀엔 2∼4배까지
10개 구단이 내년부터 금지하기로 합의한 ‘메리트 시스템(merit system)’은 일종의 성과급제로, 프로야구 원년부터 시작됐을 만큼 역사가 오래 됐다.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당근책이 존재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암암리에 행해졌던 메리트 시스템의 유형과 함께 독특한 메리트 시스템을 소개한다.
● 프로야구 메리트 시스템의 원조는 OB
● 메리트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 분배되나?
형식은 시대에 따라, 구단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팀별 메리트도 있고, 개인별 메리트도 있다. 팀별 메리트는 대개 팀의 월간 승률이나 순위를 기준으로 ‘월말 정산’ 식으로 보너스를 지급한다. 그러나 순위경쟁 팀이나 라이벌 팀, 또는 유난히 약한 천적 팀을 만날 때 베팅액을 ‘따블(2배)’이나 ‘따따블(4배)’로 늘려 전의를 가다듬기도 한다. 3연전 스윕이나 위닝시리즈(2승1패)에 돈이 걸릴 때도 있다. 연승 메리트도 있다. 그러나 10연승을 하고도 월간 승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부담이 있다. 개인별 메리트는 승리투수, 홀드, 세이브, 타점, 홈런 등에 돈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투수의 경우 ‘리드 시 선두타자 삼진을 잡을 때’ 등 맞춤형 방식이 생기기도 한다.
● 기상천외한 당근책
그동안 기발하고도 엉뚱한 사례도 종종 있었다. 2002년 플레이오프 때 KIA 정재공 단장은 젊은 나이에 탈모로 고민하고 있던 투수 최상덕(현 넥센 코치)에게 “완봉승을 올리면 머리를 심어주겠다”고 약속했다. 3차전에 선발등판한 최상덕은 실제로 LG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다. KIA는 4·5차전을 내주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정 단장은 약속대로 시즌 후 2차례에 걸쳐 모발이식을 받게 해줬다.
구단과는 별도로 선수단 상조회 차원에서 메리트 시스템을 시행하기도 한다. 몸에 맞는 공이나 희생번트 등 선수의 희생이 필요할 경우 사기 진작 차원에서 10만원 수준에서 격려금을 지급해 덕아웃 분위기를 띄우는 팀도 있다. 우천취소 시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에게도 상조회 차원에서 용돈을 주기도 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