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회 NH투자증권 홍콩법인 부장
당시 외국인투자가들에게 한국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가장 우선적으로 손절해야 하는 대상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해외에서 발행된 국내 대표 기업들의 채권은 금리가 연일 급등하면서 연율 10∼20%대의 정크본드 수준에서 거래됐다. 바로 그때,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내가 잘 알고, 믿을 수 있는 국내 기업의 해외 발행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당시의 투자는 큰 성공을 거뒀고, 이젠 기관투자가는 물론이고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해외 채권 투자는 보편적이 됐다.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약세는 세계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중국 투자 자금은 오히려 역내 채권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중국 역내 채권의 금리는 역외에서 거래되던 딤섬채권(역외에서 발행된 위안화 채권)보다 2, 3%포인트 높은 금리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역내 금리가 역외 금리보다 낮은 상황이 됐다. 중국 위기설에 외국인투자가들이 중국 채권을 열심히 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의 홍콩 출장이 잦아졌다. 해외에서 더 높은 금리로 거래되고 있는 중국의 우량 채권을 사기 위해서다.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편입되면서 위안화의 국제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점차 중국 역내외 자금 유출입이 쉬워질 것이다. 위안화 절하의 가파른 움직임에 중국 정부가 일시적으로 QDII를 제한할 수 있겠지만 큰 흐름은 바꾸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신흥시장 위기가 계속된다면, 2008년 한국 채권시장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중국 역내 자금의 해외 진출은 가속화되고, 역외로 나온 중국 자금은 외국인투자가들이 손절하는 중국 우량 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수할 것이다.
그때 중국 투자자들이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 2008년의 기억을 토대로 생각해 보자. 그들의 선택을 눈여겨보며, 그들과 함께 과실을 딸 준비가 필요하다.
김종회 NH투자증권 홍콩법인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