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권과 지지율 20%P差 ‘자신감’… “IS가족 처형해서라도 美 지켜야” 크루즈-루비오 안보정책 공방… 김정은 ‘수소폭탄 발언’ 첫 거론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15일 밤 CNN 주최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5차 토론회는 파리 테러 후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안보 이슈가 미 보수층의 핵심 어젠다로 자리 잡았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당초 내년 대선의 핵심 현안으로 거론되던 경제 살리기보다 당분간 안보 이슈가 미 정치권의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등 주요 후보는 모두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와 자신이 미국의 안보를 책임질 ‘보수의 적자’임을 강조했다.
선두 주자 트럼프는 자신이 IS와의 전쟁을 수행할 최적의 후보임을 내세웠다. ‘무슬림 입국 금지’ 카드로 최근 다시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는 트럼프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인터넷을 차단해서라도 IS가 온라인으로 요원을 모집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IS는 살인자이며 그들의 가족을 처형해서라도 미국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주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선 내내 저조한 지지율을 보였던 부시가 트럼프를 물고 늘어지자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 언론은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5차 토론회의 승자는 부시’라는 평가를 내렸다.
또 트럼프는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는 공화당 경선 판을 깨지 않겠다는 것보단 자신이 당 후보로 지명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8%로 크루즈(15%), 루비오(12%) 등 2위권을 20%포인트 이상 차로 따돌렸다.
‘1강’ 트럼프 밑에서 ‘2중’ 체제를 형성하는 크루즈 상원의원과 루비오 상원의원은 서로의 안보 정책을 비판했다. 루비오는 크루즈가 올해 6월 국가안보국(NSA)의 개인 통신기록 도·감청 금지 법안에 찬성한 것을 두고 “정부의 테러리스트 추적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크루즈는 “오히려 이 법으로 정보기관들이 테러범들의 휴대전화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처음으로 북한 문제가 거론됐다. 이전 4차례의 공화당 토론과 2차례의 민주당 토론에선 북한이 공식 질문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 “북한 김정은이 수소폭탄까지 보유했다고 주장하는데,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는 “중국을 이용해 계속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은 “여러 방식으로 우리의 경제적 힘을 활용해야 한다”며 대북 경제제재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