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는 올해 일본에서 벌어진 일을 대표하는 한자로 ‘安(안)’을 선정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이름에 ‘安’이 들어 있고 아베 정권이 추진한 안보법(安保法)을 둘러싸고 국론이 양분됐으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나라의 평안(平安)을 기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는 것이다. ‘안’이 추천된 여러 이유 중에는 일본군 위안부(慰安婦)가 자주 거론된 것도 들어가 우리로서는 씁쓸한 느낌이 든다.
▷한국에는 이런 걸 뽑는 단체가 없지만 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단어를 꼽아보라면 ‘-포’ ‘헬-’을 꼽고 싶다. 청년들을 가리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여기에 인간관계와 주택 구입을 더한 ‘5포’를 넘어, 개인의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다고 해서 ‘7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아예 포기하는 항목의 수를 개방해 놓은 ‘n포’란 말도 있다. 개인적인 포기를 넘어 우리나라를 더 이상 희망 없는 땅이라고 자조해서 부르는 ‘헬(hell)조선’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