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처리 정면충돌
결의문 들고 의장실로… 원유철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16일 경제활성화법 등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당 의원들의 결의안을 전달하기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실로 가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남 원내대변인, 원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문정림 원내대변인.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청와대와 여야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선거구 획정만 직권상정하면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하자 정 의장은 “저속하다”고 받아쳤다. 야당은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에 대해선 정 의장과 함께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거구 획정은 ‘빅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 선거 연령 하한선 인하가 물꼬 틀 수도
대안으로 검토되는 ‘플랜B’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여야가 대표 협상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안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정 의장과 여당은 “안 된다”고 손을 잡았다.
문제는 선거 연령 하한선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야당의 요구다. 야당은 “직권상정은 절대 안 된다”면서도 선거 연령 하한선 인하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여당은 만 18세에서 고교생은 제외하고 적용 시점도 내년 총선이 아닌 2017년 대선부터 도입하는 절충안을 검토 중이다. 여야가 선거 연령 문제로 접점을 찾으면 선거구 획정의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쟁점 법안 처리는 불투명
여권이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법’ 등은 정 의장의 직권상정 거부로 연내 처리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야당의 내홍이 계속되면서 법안 논의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여서다. 청와대와 여당이 ‘입법 비상사태’라며 정 의장을 압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내지도부가 결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정 의장을 직접 찾아갔지만 정 의장이 5분여 만에 의장실을 박차고 나오는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정 의장은 “지금 법 테두리에서 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이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국회의장만 살고 국회가 죽으면 의장이 설 자리가 어디냐”며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가는 게 책임 있는 정치”라고 주장했다.
다만 야당과의 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는 “어떤 법을 ‘재벌특혜법’이라는 식으로 규정짓고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반기업 집단처럼 비칠 수 있다”며 “문제 조항을 들어낸 뒤 처리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