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하지만 언중은 사전과는 정반대의 의미로 쓴다.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맞다’의 영향 때문이다. 능글맞다 방정맞다 쌀쌀맞다 등에서 보듯 ‘맞다’가 붙은 낱말은 대개가 나쁜 뜻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칠칠맞다’도 부정적인 낱말로 받아들인다.
칠칠맞다를 부정적인 의미로 쓰려면? ‘못하다’ ‘않다’와 함께 쓰면 된다. “너는 꼴이 그게 뭐니? 칠칠맞지(칠칠하지) 못하게”처럼 말이다.
그런가 하면 ‘우연하다’와 ‘우연찮다’는 입말이 말법을 아예 바꿔 버린 경우다. 글꼴로 보면 두 낱말은 반대의 뜻이 돼야 할 것 같은데 같은 의미다. 그렇게 된 연유가 흥미롭다. 두 낱말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보니 언중이 실제 언어생활에서 같은 의미로 오랫동안 써온 탓이다. 마침내 국립국어원도 사람들의 말 씀씀이를 존중해 우연찮다에 ‘꼭 우연한 것은 아니나 뜻하지도 아니하다’라는 뜻풀이를 덧붙여 두 낱말을 같은 뜻으로 쓸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
‘엉터리’와 ‘엉터리없다’도 같은 경우다. 언중은 처음엔 ‘이치에 맞지 않는다’란 뜻으로 ‘엉터리없다’를 썼다. 그러다 뒤의 ‘없다’를 빼고 ‘엉터리이다’식으로 자꾸 쓰다 보니 엉터리가 엉터리없다와 뜻이 같아졌다. 엉터리는 이후 의미가 넓어져 터무니없는 말이나 행동뿐 아니라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까지를 가리키게 됐다.
칠칠맞다의 부정적 의미가 강해져 ‘칠칠맞지 못하다’와 같은 뜻이 될 수 있을까? 칠칠맞다는 말을 듣고 웃는 사람보다 화를 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간이 좀더 필요할 듯하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