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는 3억3000만 년 전부터 존재한 식물이다. 사진 속 고사리는 ‘보스턴 고사리’라고도 씨 제공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
특히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리는 고사리는 아직도 3억3000만 년 전의 방식대로 씨가 아닌 포자를 바람에 날려 번식한다. 그런데 이 고사리를 막연하게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아 있는 생명체로만 보기에는 우리 인류와의 연관이 너무나 깊다. 고사리는 땅에 묻혀 시간이 흐르면 일종의 ‘피트’라는 토탄이 된다. 이 토탄은 숯과 비슷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불을 붙이면 타는 성질이 뛰어나다. 토탄이 다시 아주 긴 시간 동안 엄청난 힘에 눌리게 되면 딱딱하게 굳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물질인 석탄으로 변화된다.
인류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한 것은 청동기 시절부터로 추정한다. 고대 로마인들도 목욕물을 덥히는데 이 석탄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용들은 미미한 수준이었고 본격적으로 인류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한 것은 1700년대의 일이었다. 로빈슨 크루소를 쓴 작가 대니얼 디포가 영국을 여행하며 쓴 여행기에 ‘사람들이 끝도 없이 석탄을 캐내고, 캐낸 석탄이 산처럼 쌓여 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때 캐낸 석탄은 인류의 삶을 바꾸는 데 엄청난 역할을 했다. 증기기관차의 발명도 이 석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고, 산업혁명 역시도 석탄 없이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석탄이 인류를 희망으로만 이끈 것은 아니었다. 1952년 영국의 수도 런던은 석탄을 태운 연기가 저기압 현상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몇 주간 하늘을 덮으면서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게 만든 대형 참사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석탄의 고갈이다. 2000년을 기점으로 인류가 캐낸 석탄은 무려 200만 년 동안 고사리와 다른 식물들이 만들어낸 양이라고 한다.
고사리가 언제까지 이 지구에서 살아가게 될지, 어쩌면 인류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이 지구에서 살게 될는지,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짐작할 수도 없다. 다만 이로쿼이족이 그러했듯이 지금의 우리 결정은 반드시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 더 나아가서는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겨울이 깊어가는 요즘, 고사리는 건조한 실내를 잘 지켜주는 고마운 식물이기도 하다. 시중에 고사리라는 이름으로 파는 것은 10종이 넘는다. 실내에서 살기에 적합한 종도 있지만 실내 상황을 못 견디는 것도 있으니 구입할 때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 고사리인지를 꼭 묻는 것이 좋다. 어쨌든 공통적으로 빛에 민감하지는 않지만 메마르는 것을 싫어하는 습성이 있으니 뿌리와 잎이 마르지 않도록 물 주기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