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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맛-안전 손색없는 수돗물

입력 | 2015-12-17 03:00:00


양근서 경기도의원

경기도 물 산업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해 얼마 전 베트남 하노이 시와 호찌민의 고향인 응에안 성을 방문했다. 베트남은 연평균 약 6%의 고도성장을 지속하는 우리나라 10대 교역국이다. 현재 두 나라 실무자 사이에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발효를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여러 분야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 중인 베트남이지만 시민 생존권 확보와 직결된 상수도 분야만큼은 아직 부족함이 많아 보였다. 방문 지역의 평균 누수율은 20∼30%에 이르렀고, 상수도 보급률은 40%에 불과했다.

수돗물의 탁도가 높아 얼핏 보기에도 식수 사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이에 대해 현지 관리들은 베트남 상수도 정책의 주목적은 식수가 아니라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당당히 답변해 놀라움을 주었다. ‘수돗물=마시는 물’의 등식이 당연한 우리나라 방문자들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다.

베트남에 비해 우리나라는 수돗물 천국이다. 거의 모든 가정과 사무실, 공공장소에서 마음 놓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 수돗물의 수질 검사 항목 수만 보더라도 미국 111개에 비해 우리나라는 서울 164개, K-water 250개, 부산 263개로 일부 지역에서는 두 배가 훨씬 넘는다. 먹는 샘물 59개에 비하면 최대 4배의 항목에 대한 깐깐한 검사로 믿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미네랄 함량도 먹는 샘물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아 안전은 물론이고 맛과 건강에서도 손색이 없다.

수돗물 품질이 우수하지만 수돗물을 직접 음용하는 비율은 5% 미만으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주요 국가들에서 이 비율은 40%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정적인 상수도 공급을 위해 연간 15조 원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끓여 먹거나 먹는 샘물을 사 먹는다.

꼬박 1년을 준비해 10월 전국 최초로 제정한 ‘경기도 일회용 병입수의 사용 제한 및 수돗물 음용 촉진 조례’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조례가 발표되는 내년 5월부터는 경기도 공공기관 및 주요 시설 등에서 일회용 페트병에 담긴 먹는 샘물 대신 수돗물을 마시게 된다.

전 국민의 수돗물 마시기 동참을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도 있다. 그중에서도 노후 수도관에 의한 녹물 발생은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큰 영향을 준다. 이미 많은 지역의 수도관 정비가 완료되었지만 일부 지역은 대규모 재원 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진행이 미진하다.

수돗물은 지역과 계층, 빈부와 세대를 초월하여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건강하고 안전한 물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물은 인권이다. 그리고 수돗물에 대한 관심은 그 인권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수돗물 마시기, 우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모두가 꼭 실천해야 할 습관이다.

양근서 경기도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