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면 더 주는 수당… 약일까, 독일까 프로야구 축구 농구 배구… 요지경 승리 수당의 세계
“연봉(2000만 원) 외에 3500만 원쯤 들어온 것 같습니다. 부수입은 각종 격려금과 메리트 수당 790만 원….”
하지만 프로야구에서 승리 수당을 주는 것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 규약 위반이다. 이 규약에 들어 있는 ‘통일계약서’에는 ‘메리트’나 ‘수당’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또 ‘본계약에 약정된 이외의 보수를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구단이 지불하지 않는다’는 문항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팀이 승리 수당을 지급해 오고 있다는 것이 야구계의 정설이다. 오히려 구단들 스스로가 서로 ‘다른 팀은 더 준다더라’라고 항변하는 실정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한 경기에 내거는 승리 수당은 평균 1000만 원 정도다.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거나 라이벌 팀과 맞대결을 치를 때는 수당 금액이 더 올라간다. 연승 기간에도 금액이 올라가는 일이 많다. 이길 때마다 수당을 주는 구단도 있고 1주일 또는 월간 승률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팀도 있다.
수당을 나눠 갖는 방식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일단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미리 약속한 비율로 나눠 갖는다. 7 대 3이 일반적이다. 그 뒤 선수단이 나누는 방식은 팀마다 약간 다르다. n분의 1로 나누는 팀도 있고, 공헌도에 따라 나누는 팀도 있다.
한 시즌에 구단이 승리 수당으로 쓰는 돈은 5억∼10억 원 사이를 오가는 게 일반적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에는 5강 다툼이 치열하다 보니 예년보다 승리 수당이 더 많이 나갔다”고 전했다. 이 영향 탓인지 10개 구단 단장은 9, 10일 열린 윈터미팅에서 승리 수당을 없애기로 뜻을 모았다. KBO도 규약을 위반하는 구단에는 벌금 10억 원을 물리기로 했다. 이 10억 원은 제보자에게 포상금으로 돌아간다.
스타플레이어에게 승리 수당은 그저 푼돈일지 모른다. 그러나 별도 수당 없이 최저연봉(2700만 원)도 못 받는 불펜 포수 등에게는 코칭스태프가 나눠 주는 경기당 5만∼10만 원의 수당이 적지 않은 용돈이 된다. 승리 수당 폐지와 함께 최저 연봉 인상 등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