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탈장이라고요?

입력 | 2015-12-17 08:07:27




얼마 전 조심스럽게 병원 문을 열고 한 부부가 들어왔다. 조금 전 강아지를 입양했는데 물어볼 게 있다고 했다. 이 부부는 마음에 드는 아이를 발견했으나 생각보다 속칭 ‘분양가’가 비싸서 고민하던 중 배꼽탈장이 있는 강아지를 할인분양 해준다길래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분양 샵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안심시켰지만 아무래도 찜찜해서 진료를 받아보려고 온 것이다.

탈장(hernia)은 사람에서도 흔히 나타나는데 근육의 약해진 틈을 통해 조직이나 장기가 빠져 나온 상태를 말한다. 탈장은 어느 부위나 생길 수 있는데 배꼽탈장(=제대탈장, umbilical hernia)의 경우 태반과 연결되었던 부위의 복벽이 잘 닫히지 않아 지방이나 장의 일부가 빠져 나오면서 생긴다.

배꼽탈장은 복부의 중심에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형태로 보이는데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잘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성장하면서 아주 드물게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조금 더 커지거나 흥분 등에 의해 복압이 올라가면 일시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

배꼽탈장 외에도 사타구니 쪽에 위치한 샅굴구멍이 느슨해 발생하는 서혜부탈장(inguinal hernia), 횡격막 근육의 결손에 의해 간이나 위 등이 흉강으로 빠져나가는 횡격막탈장(diaphragm hernia), 골반 쪽 지지구조 약화로 인해 장이나 방광 등이 빠져나가는 회음부탈장(perineal hernia) 등이 있다.

배꼽탈장이나 서혜부탈장은 선천적인 경우가 많은 반면, 회음부탈장은 노령견과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수컷 개에게 많이 발생하고 수술적으로 교정해도 재발이 잘 된다. 횡격막탈장은 선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탈장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은 빠져나간 장기가 무엇인지, 얼마나 빠졌는지에 따라 다르다. 공통적인 문제는 탈장된 조직에 혈액공급이 잘 되지 않아 괴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보다 탈장 부위가 커지고 열감이 있으며 색 변화가 있고 통증을 호소하는 등의 변화가 있다면 탈장 조직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배꼽탈장은 다른 부위보다는 수술적 교정이 쉽고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만 잠재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또 유전적인 소인이 많으므로 배꼽탈장이 있는 경우 번식을 금지해야 하고, 중성화수술할 때에 같이 교정하는 것을 권장하는 편이다.

이미 입양된 개에 대해 수의사로서 조언을 할 때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자칫 파양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입양 전 수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비용적 측면까지 고려해야 한다. 즉, 할인 분양은 스크래치 상품할인처럼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