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찾아온 정년연장]<下>행복한 ‘은퇴 디딤돌’ 삼으려면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을 행복한 노후를 위한 기회로 삼으려면 이 기간을 본인의 직무 역량을 키우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3월 주최한 ‘100세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노후 대비를 주제로 한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올해 개봉한 영화 ‘인턴’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로버트 드니로 대사의 한 대목이지만 원래는 정신분석학자인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먼저 한 말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70세 고희(古稀)의 나이에 3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차린 인터넷 의류 쇼핑몰에 시니어 인턴으로 취업한다. 그는 풍부한 인생 경험과 탁월한 문제해결 능력 등 시니어의 장점을 보여준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즐기고,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심도 갖고 있어 회사 내 최고 인기남으로 등극한다. 물론 그는 할리우드 영화 속의 비현실적인 주인공이지만 그를 롤 모델로 삼아 ‘노후에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 사회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정년연장 시대를 맞는다. 300인 이상 모든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해야 하는 만큼 일하며 살아가는 기간이 늘어나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을 행복한 노후를 위한 기회로 삼으려면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평생 현역’이라는 마음을 갖고 이 기간을 본인의 직무 역량을 키우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현재 같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최고의 노후 대비는 ‘몸값 재테크’라고 입을 모았다.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일하는 시간이 2, 3년 늘어났다고 느긋하게 있다가는 은퇴 준비를 하나도 못 할 수 있다”며 “이 기간은 소득을 늘리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늘리는 시간으로 활용하라”고 말했다.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는 “지금까지는 ‘공부-취업-은퇴’라는 삶의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앞으로는 ‘공부-취업-공부-재취업’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자기 능력으로 스스로 정년을 늘려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본인의 경쟁력과 부가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승진 경쟁에서 밀린 근로자를 퇴출시키기보다 고령 직원들이 자기 적성과 역량에 맞는 직무를 개발해 오랫동안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희준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능력에 맞게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면 근로자의 집중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중장년층 인력에게 폭넓은 재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은 재테크 트렌드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년이 늘어난 만큼 퇴직 후 국민연금 등을 받는 나이까지의 ‘소득 공백기’가 짧아지고 더 오랜 기간 연금을 붓는 만큼 국민연금 수령액은 늘어난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퇴직 시기를 55세 전후로 예상해 연금저축에 가입했다면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고, 의무납입 기간이 끝나기 전에 퇴직할 것으로 생각해 연금 가입을 포기했다면 지금이라도 새로 가입할 것을 권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