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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기획] 장현수 “중국, 돈버는 곳?…더 큰 것이 있다”

입력 | 2015-12-18 05:45:00

광저우 R&F FC 장현수. 스포츠동아DB


K리그 스타 중국 유출과 전북 영입 집중화 현상의 진실

●장현수가 본 중국프로축구

엄청난 물량공세 급속도로 환경 좋아져
호비뉴·팀 케이힐 등 세계적 스타 즐비
좋은 선수들과 겨루다보면 스스로 발전

2015년이 저물어간다. 치열한 그라운드의 경쟁이 끝나면서 축구계의 화두는 겨울선수이적시장으로 전환됐다. 매년 여름과 겨울, 2차례씩 열리는 이적시장은 프리시즌 팬들의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창구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 바뀐 듯하다. 수년째 지속된 중국축구의 대공세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여전히 중국대표팀은 2% 부족하지만, 막강 자금력을 등에 업고 전력도 막강해진 중국프로축구로 시선을 돌리면 또 다르다. 슈퍼리그, 갑(甲·2부) 리그를 가리지 않고 거대한 블랙홀처럼 전 세계 특급 선수들과 우수 지도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일본 J리그 도쿄FC를 거쳐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에 진출한 국가대표팀 ‘슈틸리케호’의 만능 수비수 장현수(24·광저우 푸리)는 최근 중국프로축구의 발전상을 생생히 지켜봤다. 내로라하는 명장들과 세계적 스타들이 즐비한 슈퍼리그에서 그는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2시즌 동안 그 현장을 지키고, 올 여름 5년 계약연장에 합의한 장현수가 보고 느낀 중국축구, 그리고 중국이 중심이 된 아시아 이적시장의 트렌드를 들어봤다.

● 중국은 그냥 ‘돈 버는’ 곳? 천만에…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대표 영건들의 중국 진출이 잦아졌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맹위를 떨친 2선 공격수 김승대(24)와 제주 유나이티드 출신 미드필더 윤빛가람(25)이 올 시즌 갑 리그 우승으로 내년 슈퍼리그 승격을 확정한 옌볜FC 입단을 확정했을 때의 충격은 대단했다. 과거 포항 코치와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내며 둘을 오래 전부터 지켜본 옌볜 박태하(47) 감독과의 인연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그간 중국축구에서 변방으로 꼽힌 옌볜이 K리그 대표 기업구단이 수용할 만큼 상당히 높은 액수의 이적료를 제시했다는 점에 팬들은 경악했다.

일각에선 김승대와 윤빛가람이 단순히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옌볜 이적을 택했다며 부정적 시선을 던진다. 물론 포항과 제주보다 슈퍼리그 승격으로 든든한 자금지원이 보장된 옌볜의 샐러리 수준이 높은 것은 맞다. 그러나 장현수는 그 이상도 이야기했다. 그는 “프로에서 조건과 돈은 상당히 중요하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주는 곳이라는 사실도 맞다. 그런데 단순히 중국이라는 이유로 해당 선수가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직접 와보면 느끼겠지만, 요즘 중국은 시시각각 변한다. 엄청난 물량공세 속에 인프라와 환경도 엄청나게 바뀌고 있다. 좋은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면서 스스로 되돌아보고, 이를 통해 발전하는 측면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장현수는 김승대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누구보다 김승대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빠른 스피드와 왕성한 활동량, 수준급 골 결정력을 갖춘 동료가 이제는 적으로 장현수와 마주하게 됐다. 그는 “솔직히 반가움 반, 경계 반의 심정이다. 직접 그라운드에서 만나면 감정도 복잡·미묘할 것 같다. 공격수와 수비수로 만나 몸싸움을 하면서 서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세계를 휩쓰는 중국시장! 경쟁도 치열!

중국축구는 멈춤이 없다. 공산당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축구굴기(蹴球堀起·축구로 일어서다)’를 외치고, 자신의 3대 소원으로 “(중국의) 월드컵 출전,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을 언급할 정도로 축구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 시진핑(62) 국가주석의 남다른 관심에 발맞춰 각 클럽은 돈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리고 그 자금 대부분이 선수단 운영비로 사용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축구시장은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이 이끌어왔으나, 지금은 중국이 그 판세를 뒤집었다. 돈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지구촌 전역에서 우수 자원들이 유입된다. 2016시즌 운영비로 약 50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진 옌볜과 또 다른 승격팀으로 올 겨울 여러 명의 K리그 출신 선수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는 허베이 종지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만한데, 이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상하이 상강-베이징 궈안-상하이 선화 등 전통의 명문팀들이 쓰는 돈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당연히 장현수에게도 이 점이 깊이 다가왔다. “파울리뉴와 호비뉴 등 브라질국가대표들로 전력을 보강해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차치하더라도 아사모아 기안(상하이 상강), 모하메드 시소코, 뎀바 바, 팀 케이힐(이상 상하이 선화), 아이두르 구드욘센(스좌장 용창) 등 월드 클래스 공격진과 겨룰 기회는 흔치 않다. 아무래도 수비수이다보니 특별한 직·간접적 경험이 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광저우 푸리는 올해 유난히 고전했다. 시즌 초부터 계속 하향곡선을 그렸고, 8승7무15패(승점 31)로 전체 16팀 가운데 12위에 머물렀다. 경쟁팀들에 비해 외국인선수 라인업이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평가. 공교롭게도 장현수는 발가락 부상으로 결장횟수가 14경기에 달해 아쉬움이 더욱 컸다.

장현수는 “솔직히 올해는 강등 싸움으로 인한 압박감이 컸다. 그런데 간절함만으로는 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축구는 결국 팀 싸움이다. 좋은 선수가 많다고 반드시 우승하는 것도 아니다. 아시아쿼터를 제외한 나머지 용병 진용은 대개 공격수다. 수비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치열한 경쟁에서의 생존 전략도 곁들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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