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산케이 前지국장 무죄 선고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17일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현직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첫 외국 언론인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49)도 올해 4월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된 뒤 한일 양국을 다섯 차례나 오간 뒤에야 비로소 무죄 판결문을 받아 들었다.
“서서 들으세요.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거나, 병에 걸려 거동이 어려운 게 아니면 서서 듣는 게 원칙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 이동근 부장판사는 판결문 낭독을 시작한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토 전 지국장에게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사에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비밀리에 접촉하는 정윤회 씨와 함께 있었으며, 두 사람이 긴밀한 남녀 관계라는 소문이 존재하고 그 소문이 사실일 수 있다’고 암시하는 식으로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인으로 참석했던 정 씨 등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소문은 허위라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이어 “가토 전 지국장의 기자 경력,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하면 당시 소문 내용이 허위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개인 박근혜의 행적이 대통령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그에 따른 사생활도 공적 관심 사안이 될 수 있더라도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소문의 확산을 막으려 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썼고, 대통령이 긴급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고 수습에 전념하지 않고 사적 만남을 가졌다는 취지가 포함돼 박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한다는 게 근거였다. 정 씨에 대해서도 불필요하게 실명을 공개했다며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본 국민에게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된 이웃 나라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비방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누군가를 해하려고 기사를 쓴 게 아니라 기사 작성에 부주의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선고 직후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내놨다. 검찰 내에선 “항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피해 당사자인 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항소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배석준·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