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는 최근 며칠 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명예퇴직자 명단에 23세 1년차 사원까지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FA(김현수) 잡는 데 100억 원을 쓰겠다면서, 갓 입사한 직원까지 명예퇴직으로 내보내는 게 옳은 일인가”라며 원성을 쏟아냈다. 그렇다고 두산이 돈을 못 써서 국내 경쟁 팀에 김현수를 뺏기면 두산 팬들의 비난 또한 만만찮을 게 뻔했다.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두산에 김현수는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였다.
그런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입단을 위해 17일 출국하면서 두산은 명분 있게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 두산 김승영 사장은 “선수가 평소 원하던 꿈을 이루게 돼 축하한다”며 짤막하게 말했다. 구단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 ‘선수 시점’으로 답한 것이다. 그만큼 김현수는 민감한 이슈였다.
이미 다른 구단 선수 영입은 물 건너간 상황에서, 오재원과 고영민 등 집토끼(두산 출신 FA)의 이탈을 막는 것부터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재원은 국내 정상급 내야수다. 30대 초반으로 나이도 많지 않다. 시장에서는 벌써 60억 원 얘기가 나돈다. 오재원은 4주 동안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18일 퇴소한다. 입소 때 두산 점퍼를 입었을 만큼 두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하지만 모기업의 위기로 두산은 위축돼 있고, FA 시장은 다시 뜨거워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김현수에 이어 오재원마저 떠나면 우승팀 두산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두산은 ‘우승 후유증’이라면 이미 충분히 겪은 팀이다.
1982년, 1995년, 2001년에 이어 올해 4번째 우승인데 매번 우승한 다음 해 속절없이 무너졌다. 1982년 원년 우승 뒤 1983년에는 6개 팀 중 5위로 추락했다. 1995년 우승 뒤 이듬해인 1996년에는 꼴찌인 8위, 2001년 우승 다음 해에는 5위로 주저앉았다. 우승에 따른 자만심, 논공행상에 따른 불협화음,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한 전력 손실, 추가적인 전력 보강 미흡 등이 원인이었다.
가뜩이나 내년 프로야구는 춘추전국시대로 예상된다. 절대강자 삼성이 도박 파문 등으로 한풀 꺾였고, 한화와 롯데 등 하위권 팀들은 전력 보강을 잘했다. 누구나 우승 후보가 될 수 있고, 누구든 방심하면 하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다.
윤승옥 기자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