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점차 줄어들면서 군사비용 줄일 수 없는 한국 통일이 가져다줄 실익 커… 朴대통령 ‘통일대박론’에 공감 북핵문제 논의도 함께 추진을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박 대통령 취임 후 한국 정부 대북 정책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통일 어젠다를 외교는 물론이고 국가 정책의 핵심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나는 박 대통령이 2014년 했던 독일 드레스덴 선언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비전하에 통준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었다. 그 후 각종 연설에서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으로만 된다면 통일은 한국을 위해 ‘좋은 일’이라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이른바 ‘통일 대박론’이다.
주한 미 대사를 지낸 나로서는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노력이 대북 정책과 관련해 심리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1993년부터 한국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다뤄온 나는 대부분의 한국 대통령들과 대북 정책과 관련해 긴밀히 협조하고 노력했다. 하지만 남북통일이 한국에도 적지 않은 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열정적으로 설명한 것은 박 대통령이 사실상 처음이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요즘 한국 젊은이들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덜한 것으로 나는 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진행된 여론조사를 보니 50%가량의 젊은이들이 통일을 지지하지만 동시에 통일을 위한 비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통준위는 통일의 비용뿐만 아니라 이익을 직접 거론함으로써 이런 간극을 줄일 기회를 마련했다고 본다. 인구는 점차 감소하면서도 남북 대치 상황으로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지출하는 한국으로서는 이제라도 통일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그러한 통일 비전을 지지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항상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미국 입장에서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도 한반도 통일에 이르는 과정은 조심스럽게 준비되어야 하고 다양한 변수가 고려되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통준위를 구성해 통일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변수들을 연구하고 점검해 평화적 통일에 이르는 방법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현명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박근혜 정부의 그러한 세심한 노력을 환영하고 있다.
물론 북한 정권은 박 대통령의 통일 정책을 일종의 위협으로 볼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남북 간의 점진적 화해보다는 흡수 통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북한 정권은 통일에 대해서는 현재 갖고 있는 의견이나 입장을 당분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맞춤형 전략도 필요하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한 진정한 남북 간의 대화와 화해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만큼, 북핵 문제는 남북한이 통일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어떤 측면에선 바로 지금이 통일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다시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위한 좋은 시간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