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수석논설위원
가토는 일본에서 언론자유 투사 대접을 받고 있다. 가토 때문에 삐걱거리던 한일 관계는 한동안 더 악화됐다. 서울중앙지법 제30형사부의 무죄 판결로 반한(反韓) 감정을 조장하는 보도를 해온 산케이가 반성하기는커녕 더욱 기세등등해질 것이다.
가토를 수사한 과정을 되짚어 보면 검찰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박 대통령이 먼저 가토의 글을 겨냥해 분노를 터뜨렸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발끈했고, 홍보수석비서관이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불을 질렀다. 검찰이 소 닭 보듯 할 순 없었다.
검찰이 수사팀을 구성해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검찰 풍토상 이해가 간다. 그러나 누가 봐도 언론보도 자유의 침해와 외교적 논란을 초래할 민감한 사안이었다. 당연히 검찰 수뇌부가 완급을 조절하는 뱃심을 보였어야 한다. 여론도 비판적이었다. 가토를 기소하지 않고 추방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어야 한다.
가토의 칼럼에 ‘도시 전설(urban legend)’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출처가 불분명하고 확인되지 않았으나 많은 사람이 사실로 여긴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 표현도 소문을 교묘하게 사실로 암시하는 장치로 봤다. 청와대는 가토가 제기한 대통령 관련 의혹이 재판에서 허위로 밝혀져 다행이라며 말을 아낀다.
검찰 수뇌부는 작년 10월 가토의 기소를 앞두고 불구속 기소와 기소유예를 놓고 고심했다. 독신 여성 대통령으로선 가토의 고약한 칼럼에 분노할 만했다. 당시 청와대 참모나 검찰 수뇌부는 이런 대통령의 의중을 읽는 데 급급했다. 누구도 가토의 기소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직언할 용기를 낸 사람은 없었다.
무죄 선고로 대통령의 마음은 불편할 것이다. 법원의 고위 관계자는 “제일 마음이 불편하실 분이 계시지만 국격(國格)을 생각해서라도 무죄 선고가 맞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언론탄압국으로 오해받은 것에 빗댄 말이다. 다른 법관들의 판단도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검찰이 항소해봐야 부질없는 일이다.
가토를 기소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김수남 검찰총장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은 미래의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인사권자인 청와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가토를 기소할 당시 김 검찰총장은 그런 계산을 하지 않았는가.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