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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연수]20대 고독사의 충격

입력 | 2015-12-19 03:00:00


공간은 사람의 심리나 사회적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나 고시원 같은 건물은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대신 폐쇄적인 구조
때문에 이웃과 정을 나누기 어렵다. 판자촌과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을 비교해보니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소득은 더 많았지만 자살률은 판자촌보다 훨씬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김영욱 세종대 교수). 주거환경이 좀 불편하더라도 이웃과 소통하며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는 뜻이다.


▷고시원에서 혼자 살던 20대 여성이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홀몸노인들의 고독사(死)가 큰 문제였는데 이젠
젊은층까지 확산된 듯하다. 서울 관악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황모 씨(29)는 고시원에 1년 넘게 살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몰랐다고
한다. 언어치료사인 그는 고정 수입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렸으며 월 43만 원인 방세가 두 달 치 밀려 있었다. 어제는 서울대생 한 명이 “생존을
결정짓는 것은 전두엽 색깔(지적 능력)이 아닌 수저 색깔(부모의 재력)”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옥탑방에서 투신했다.

▷누리꾼들은 “요즘
20대의 현실이다. 20대의 절반은 아마 지하방이나 옥탑방, 고시원에 살면서 100여만 원 받고 일하며 겨우 먹고살지 않을까”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나도 노량진에서 공시(공무원 시험) 준비하는데 부모님과 거의 연락 안 하고 산다. 내가 갑자기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댓글도 있다.

▷‘벼랑에 선 사람들’(제정임 외 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들이 빈곤층을
취재해 기록한 책이다. 시장에서 10kg이 넘는 파 자루를 밤새 나르거나 호텔 하우스맨으로 일하면서 한 달에 100여만 원을 받는 사람들 얘기가
나온다. 이들은 전세나 월세금이 없어 찜질방과 쪽방촌을 전전한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 4대 보험도 없는 임시·일용직이 전국에 500만 명이나
된다. 상대적으로 나은 대기업들도 요즘 대규모 정리해고 바람이 불고 있다. 슬픈 연말이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