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입법부 수장 충돌] 직권상정 요구한 靑-與 겨냥 쓴소리… 친박 김태흠 “의장으로 폼만 잡나” 여야 지도부 20일 법안-선거구 논의
냉랭 정의화 국회의장(앞줄 오른쪽)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앞줄 왼쪽)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영결식에서 냉랭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쟁점 법안을 직권상정해야 한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요구를 정 의장이 거부하면서 ‘여여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 의장은 이날 이만섭 전 국회의장에 대한 영결사에서 “이 전 의장의 투철한 신념과 원칙으로 어렵게 지켜낸 의회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변칙 없는 정치로 끝까지 의회주의를 지켜낸 이 전 의장의 삶, 그 자체가 이 전 의장이 남긴 유지(遺志)”라며 “후배들이 이 전 의장의 뜻을 이어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선거구 획정안과 달리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 요구는 계속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당 일각에선 정 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친박(친박근혜)계인 김태흠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의장으로서 폼만 잡는 것이지 국가를 생각하는 건 하나도 없다”며 “안일하게 생각하고 그러면 국회의장이 뭐가 필요하냐”고 비판했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는 17일 밤에 정 의장의 초청으로 의장 공관에서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여야 지도부는 20일 오후 3시에 다시 만나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한다.
장택동 will71@donga.com·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