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어제도 만나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원내지도부 수준을 넘어 당 대표까지 협상에 가세한 것만도 지난달 10일 이후 여섯 번째다. 국회 상임위나 소관 위원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협상이 여야 지도부의 손으로 넘겨진 것도 비정상인데, 최고 지도부가 나서도 꼬인 정국이 풀리지 않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선거구 문제의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현행 3 대 1에서 2 대 1로 조정하는 새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면 기존 선거구가 모두 무효화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은 발등의 불이다. 사실 선거구 획정은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11월 13일까지, 늦어도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 이전까지 완료됐어야 한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여야의 강심장이 놀랍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0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선거구 획정은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 이전에 반드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아직껏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국회의장은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엄포만 놓은 셈이다. 여야가 추가 협상을 하더라도 연말까지 결론이 날지도 알 수 없다. 그 경우 정 의장이 특단의 조치를 취할지 미지수다. 여야가 끝내 합의를 보지 못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선거구 조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바람직한 국회의 모습은 아니다.
장관들의 내년 총선 출마 시한(내년 1월 14일)과 인사청문회 기간(3주)을 감안하면 늦어도 23일까지는 최소 5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의 우선순위를 쟁점법안 처리에 두고 있어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 행여 박 대통령이 쟁점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압박 수단으로 일부러 개각까지 미루는 것이라면 옳지 못하다. 입법과 별개로 국정은 정상적으로 굴러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