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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쌀 문제 해법, 소비에서 찾아야 한다

입력 | 2015-12-21 03:00:00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이사

쌀 수확기마다 자주 회자되는 단어가 풍년의 역설이다. 풍년이 들면 가격 하락과 판로 걱정 때문에 농업인들의 시름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쌀 수급 불안 심화의 주된 원인은 소비량 감소가 생산량 감소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1990년 이후 한국의 논 면적은 연평균 1.73%씩 줄어든 반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28%씩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5.1kg으로 30년 전인 1984년의 130.1kg에 비해 65kg(50%) 줄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1인당 쌀 소비가 절반으로 준 것이다.

농협은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2020년까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을 70kg 이상으로 유지하자는 ‘쌀 소비 촉진 2070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쌀의 날(8월 18일), 가래떡데이(11월 11일) 등 ‘데이 마케팅’을 진행하고, 쌀 가공식품관 운영, 러브미 농촌 사랑 마라톤 대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활동만으로 쌀 소비를 촉진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쌀 소비를 늘리려는 실효성 있고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 농촌과 기업 간 상생 협력이다.

농협은 쿠팡의 로켓배송시스템을 활용한 즉석 도정미 당일 배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선한 쌀을 찾는 수요에 부응해 ‘생생방아쌀’이라는 쿠팡 전용미를 개발해 소비자 만족도 및 신뢰를 제고하고 있다. 또 ‘로컬푸드 운동’을 쌀에 적용해 각 농협과 지역 내 쌀 가공 식품 업체 간 ‘지역 쌀 전(全) 이용 협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둘째, 정부·공공기관 간 협력이다.

농식품부와 농협은 ‘밥이 맛있는 식당’을 선정해 홍보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와 전남대 학생식당을 중심으로 ‘천 원의 아침밥’을 추진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를 전국 대학으로 확산시키는 등 정부와 함께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셋째, 대(對)중국 쌀 수출을 적극 추진하겠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최대 쌀 수요국인 중국에 한국 쌀을 수출할 길이 열렸다. 농협은 수출용 쌀 브랜드 ‘K-RICE’를 개발해 해외 7개국에 상표 출원했다. 브랜드 쌀과 기능성 쌀을 중심으로 중국 쌀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가겠다.

넷째, 사료용 활용 방안을 추진한다.

일본도 쌀 소비 감소로 쌀 산업이 위기를 맞아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중 사료용 쌀 재배 확대가 주목받고 있다. 쌀 공급 과잉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정부, 사료업계와 함께 주식용 쌀의 수급 개선을 위한 중장기 정책으로 도입돼야 한다.

다섯째, 아침밥 결식률 완화를 위한 공공기관 중식시간 변경을 제안한다.

대부분 직장 점심시간이 낮 12시∼오후 1시로 돼 있어 아침식사를 거르는 직장인이 많고, 근무시간도 오전 3시간-오후 5시간이어서 불균형이 초래된다. 점심시간을 오후 1∼2시로 한 시간 늦추면 근무시간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고 아침밥에 대한 동기부여도 크리라 본다. 한국 직장인 2000만 명이 아침밥을 먹고 출근하면 연간 50만 t의 쌀이 추가로 소비된다.

최근 쌀이 ‘글루텐 프리’ 식품으로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집밥 먹기가 화두가 된 점은 다행이다. 정부도 ‘중장기 쌀 수급 안정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우리 쌀 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생산자인 농업인, 소비자인 일반 국민, 그리고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우리 쌀의 의미를 되새기며 농업인들에게 힘을 보태 주기를 기대한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