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러 선박 이어 한국 원양어선 썬스타호 유빙에서 끌어내

19일 조난당한 썬스타호에서 예인 밧줄을 던지자 아라온호 관계자가 이를 잇기 위해 뛰어가고 있다. 썬스타호는 좌초 17시간 40분 만에 구조됐다. 해양수산부 제공
19일(한국 시간) 남극해에서 39명이 탄 한국 선적 원양어선을 구조한 아라온호 김광헌 선장(53)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베테랑 항해사인 김 선장은 본보와의 위성통화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전원 무사히 구조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아라온호가 선박 구조 요청을 받은 것은 18일 오후 10시경. 메로(비막치어)잡이 어선인 썬스타호가 남극해 유빙(流氷)에 걸린 지 2시간 3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썬스타호는 메로 조업을 위해 칠레에서 남극해로 항해하다 두께 2m의 유빙(가로 15m, 세로 7m) 위에 올라타고 말았다. 좌현 바닥이 유빙에 걸치면서 선박이 오른쪽 방향으로 13도가량 기울었다. 함께 조업하던 코스타호가 예인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유빙 위에 올라탄 어선 예인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걸려 있는 유빙 외에 인근 해역이 모두 유빙으로 덮여 있었다. 아라온호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1시간 30분 정도 주위 유빙을 없애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길을 튼 이후엔 썬스타호 직접 예인을 결정했다. 썬스타호 선원이 던져 준 밧줄을 아라온호 선미에 걸고, 지그재그 방향으로 당겼다. 김 선장이 현장을 지켜보며 몇 시 방향으로 배를 당길지 세부 조정을 지시했다. 그는 “그냥 잡아당기면 배와 얼음이 함께 끌려와 예인이 불가능하다”며 “눈길에 빠진 자동차를 꺼낼 때 핸들을 여러 방향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아라온호는 현장 도착 후 3시간이 지난 19일 오후 1시 10분 썬스타호를 구출했다. 좌초 17시간 40분이 지난 시점. 김 선장이 “스톱 엔진(엔진 가동 중지), 상황 종료, 뉴질랜드 당국에 보고하라”고 외치자 아라온호 내부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썬스타호는 구조된 후 안전지대까지 자력으로 이동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칠레나 뉴질랜드 쇄빙선을 불렀다면 좌초 시간이 길어져 선박 안전이 위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